




[OSEN=정승우 기자] "시드니 스위니, 여성 스포츠는 이런 모습이다."
배우 시드니 스위니(29)가 출연한 스포츠 도박 광고를 두고 여성 스포츠 선수들이 잇달아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의 경기력과 성취 대신 신체를 성적 대상으로 소비했다는 비판이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간) "여성 선수들이 스위니가 출연한 논란의 스포츠 도박 광고에 반발했다"라고 보도했다.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한 해당 광고에는 스위니가 옷을 입지 않은 채 여러 스포츠 장비로 신체 일부를 가린 모습이 담겼다.
여성 선수들은 이 광고가 스포츠에 참여하는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묘사했다고 비판했다. 선수들이 쌓아 올린 성과보다 외모와 신체를 앞세웠다는 지적이다.
올여름 유럽선수권에서 네 차례 정상에 오른 영국 육상 선수 에이미 헌트가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헌트는 지난 13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얼티밋 챔피언십 여자 200m 결승에서 시즌 최고 기록인 22초10을 기록하며 4위에 올랐다.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시드니 스위니, 여성 스포츠는 바로 이런 모습이다"라고 외쳤다.
우승자 멜리사 제퍼슨-우든이 역대 네 번째로 빠른 21초47을 기록한 것을 언급하며 "21초4, 근육, 노력, 피와 땀과 눈물. 정말 아름다운 저녁"이라고 강조했다.
여성 선수들의 반발은 여러 종목으로 번졌다. 선수들은 실제 경기와 훈련 영상을 소셜 미디어에 올리면서 선수 생활을 이어오는 동안 겪었던 좌절과 어려움을 공개했다.
움직임을 시작한 인물은 미국 체조 선수 그레이시 크레이머였다.
크레이머는 자신의 훈련 장면을 모은 영상과 함께 "시드니 스위니가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성 스포츠는 이런 모습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BBC 월드 서비스 '뉴스아워'와 인터뷰에서 자신의 게시물이 이처럼 큰 반응을 얻을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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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이머는 "나는 그저 여성들을 북돋고 싶었다. 이런 광고를 보더라도 그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하게 해주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수많은 훌륭한 선수가 이 흐름에 동참해 자신과 서로를 응원하는 모습은 정말 멋지다"라고 전했다.
체조 선수인 크레이머는 레오타드를 입고 경기한다는 이유로 남성들로부터 모욕적이고 성적 대상화가 담긴 메시지를 자주 받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선수 생활 내내 성적 대상화에 시달렸다. 그 경험 때문에 이런 글을 올리고, 성적 대상으로 취급받기를 원하지 않는 여성들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을 만큼 강해졌다"라고 말했다.
호주의 올림픽 수영 4관왕 아리안 티트머스도 비판에 가세했다. 티트머스는 "평생 자신의 기량을 갈고닦는 데 헌신한 모든 여성은 물론,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즐기는 모든 여성의 얼굴을 때린 것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신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여성 스포츠를 성적 대상으로 만드는 일이 아직도 존재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어떻게 살고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영국의 올림픽 사이클 금메달리스트 소피 케이프웰과 럭비 선수 리사 노이만, 엘리 보트먼, 호주 수구 올림피언 틸리 컨스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케이프웰은 "이렇게 많은 여성이 나서서 목소리를 냈다는 사실은 상당히 강력하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 광고는 스포츠 주변의 여성을 매우 특정한 모습으로만 보여준다. 왜 그것이 스포츠와 연관된 캠페인의 얼굴이어야 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어 "스포츠 선수를 비롯해 스포츠 그 자체에 더 가까운 여성을 내세우는 대신 왜 그런 방식으로 여성을 묘사하려 하는가. 사람들이 개인의 선택권에 불만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여성 스포츠를 둘러싼 이야기가 늘 그런 방향으로만 흘러가고, 그것만 더 큰 관심을 받는다는 사실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잉글랜드 여자 럭비 대표 알렉스 매슈스는 이러한 광고가 어린 여성들에게 특정한 체형만이 정답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매슈스는 "모두가 우상화되는 완벽한 몸을 가질 수는 없다. 특히 럭비에서는 모든 선수가 같은 체형이라면 팀을 구성할 수도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체형에는 저마다의 강점이 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모습은 나이와 키, 체격이 서로 다른 선수들이 모두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최고의 자리에 올라 있었다는 사실"이라고 이야기했다.
스위니는 선수들의 비판에 직접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테니스 스타 세리나 윌리엄스와 종합격투기 및 프로레슬링 선수 론다 라우시 등이 옷을 입지 않거나 노출이 있는 모습으로 촬영한 과거 ESPN 표지를 게시했다.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마일스 개럿과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칼 앤서니 타운스 등 남성 선수들의 사진도 함께 올렸다.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에 이중잣대가 존재한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주장한 것으로 풀이된다.
스위니는 지난해에도 아메리칸 이글의 청바지 광고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광고에는 "시드니 스위니는 훌륭한 진(jeans)을 가졌다"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청바지'를 뜻하는 'jeans'와 '유전자'를 의미하는 'genes'의 발음이 같다는 점을 활용한 표현이었다. 이후 인종과 미의 기준을 둘러싼 논쟁으로 번지며 소셜 미디어에서 거센 반발이 일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