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미스트랄AI를 국가자산으로 인식
스타트업으로 출발,기업가치 37조
자국 언어 기반 AI는 국가정체성 문제
앤트로픽의 '클로드 페이블 5.1', 오픈AI의 'GPT-6 아스트라'까지, 9월은 최신 모델 출시 소식으로 시작됐다. 오픈AI는 이 모델 하나에 GPU 10만 대를 쏟아부었다. 새 모델에 대한 감탄과 해설이 빠르게 쏟아진다.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며칠짜리 작업도 혼자 끝내는 '에이전트(Agent)'의 등장, AGI(범용인공지능) 시대가 도래했다는 찬사까지 이어진다.
이런 급격한 변화의 시기일수록 다른 나라의 방향을 짚어볼 필요가 있다. 프랑스는 눈여겨볼 만한 사례다. 30년 전인 1995년, 프랑스는 우리 사회에 묵직한 화두를 던졌다. 고(故) 홍세화 선생의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가 한국 사회를 강타하며 '똘레랑스(tolérance)'라는 프랑스어를 유행시켰다. 필자도 그 유행에 휩쓸려 책을 손에 들었다. 그 시절 한국인에게 프랑스는 관용과 자유의 나라로 각인됐다.
30년이 흐른 지금, 프랑스는 우리에게 또 다른 화두를 던진다. 이번엔 사회문화가 아니라 기술패권과 리더십의 승부다. 바로 '소버린AI(Sovereign AI)'다. 두 단어는 지향점이 정반대로 보이지만, 적용되는 영역이 다르다. 똘레랑스는 '다름이 공존함으로써 더 나아지는 영역'의 태도였다. 소버린AI는 국가의 생존과 미래 경쟁력이 걸린 전략기술, 즉 '다름을 허용하는 순간 종속으로 이어지는 영역'을 겨냥한다. 이는 프랑스의 모순이 아니다. 무엇을 열고 무엇을 지킬지 정확히 구분하는 것이야말로 프랑스의 진짜 저력이다. 프랑스는 이 단호함을 소버린AI로 세계에 보여주고 있다.
현장에서 접하는 소버린AI는 생각보다 넓고 복합적인 개념이다. 누군가는 자국어를 이해하는 파운데이션 모델을 기준으로 삼고, 누군가는 데이터센터와 GPU·NPU 인프라를 우선시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데이터의 소유권과 관할권을 핵심으로 본다. 여러 전문가·기업인을 만날 때마다 배우는 점은, 소버린AI가 모델·인프라·데이터·인재·규제를 아우르는 AI생태계 전반의 총체적 역량 문제라는 것이다.
프랑스는 이 개념을 정책과 산업 현장에서 그대로 실천한다. 초거대 AI 모델을 개발하는 스타트업 미스트랄AI를 국가적 자산으로 대하며, 인공지능 패권 전쟁에서 물러설 생각이 없다. 지난 4월 마크롱 대통령 방한 당시, 아르튀르 멘쉬 미스트랄AI CEO가 국빈 오찬에 참석하고 반도체 업계와 공급망 협력을 논의한 장면은 상징적이었다. 지난 주엔 30억 유로(약 5조원) 투자유치로 기업가치를 210억 유로(약 37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유럽의 테크 스타트업 사상 최대 규모 펀드레이징이다. 미스트랄의 행보는 프랑스가 그리는 소버린AI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2024년 가을, 필자는 정부 관계자들과 프랑스 파리의 미스트랄AI 본사를 방문했다. 그때 소버린AI라는 주제에 크게 공감했다. 특정 국가의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고 자국의 언어와 데이터, 인프라 위에서 돌아가는 인공지능을 갖겠다는 의지는 산업 정책을 넘어 국가 정체성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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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가졌을까. 메모리 반도체를 포함한 인프라 경쟁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고, 에이전틱AI 시대가 본격화될수록 중요해질 NPU(신경망처리장치) 경쟁력도 갖췄다. 모델 하나로 승부가 갈리는 게임이 아니라 모델과 인프라, 반도체가 얽힌 복합 경쟁이라면, 한국이 밀릴 이유가 없다. 이제는 AI인프라라는 관점에서 한국이 프랑스에 좋은 화두를 던질 차례다. 30년 전 똘레랑스라는 말이 한국 사회의 문화적 수준을 끌어올렸다면, 이번에는 한국이 쌓아온 AI인프라 역량이 한국과 프랑스의 기술 수준과 글로벌 리더십을 함께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똘레랑스의 나라로 불리며 다름을 끌어안는 데 익숙했던 프랑스조차, 기술패권 앞에서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다. AI인프라 경쟁력을 지닌 한국은 이 소버린AI 경쟁에서 강점을 살려 G3 AI강국으로 올라설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