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도 긴장해야 한다' 올림픽 탈락·프로리그 강등 딛고 세계 5위...인도 여자하키, 이제 AG 금메달 노린다

'대한민국도 긴장해야 한다' 올림픽 탈락·프로리그 강등 딛고 세계 5위...인도 여자하키, 이제 AG 금메달 노린다

OSEN 제공
2026.09.16 0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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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자하키 대표팀이 최근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하며 1974년 이후 최고 성적을 거두고 반등에 성공했다. 슈르트 마리네 감독의 복귀와 함께 조직적인 수비와 체계적인 체력 관리, 선수단 사이의 강한 유대감이 팀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인도는 이제 다가오는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대한민국, 중국 등과 경쟁하며 금메달과 올림픽 직행권 획득을 노리고 있다.

[OSEN=정승우 기자] 잉글랜드의 슈팅이 골문으로 향했다. 실점과 패배가 눈앞에 다가온 순간 인도 골키퍼 비추 데비 카리밤이 온몸을 던졌다. 길게 뻗은 그의 손이 공을 막아냈다.

인도 여자하키의 반전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영국 'BBC'는 15일(한국시간)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개막을 앞두고 인도 여자하키 대표팀을 향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메달은 물론 금메달까지 도전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인도는 지난 8월 열린 국제하키연맹(FIH) 여자 월드컵에서 5위를 차지했다. 1974년 대회 4위 이후 인도가 거둔 최고의 월드컵 성적이었다.

2년 동안 부진을 거듭했던 팀이 갑자기 세계 정상급 국가들과 경쟁할 수 있는 팀으로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수비였다. 인도 대표팀 주장을 지낸 프리탐 시와치는 조직적인 수비와 안정된 골키퍼의 활약을 반등의 원동력으로 꼽았다.

인도는 월드컵에서 중국, 잉글랜드, 호주와 모두 비겼다. 많은 골을 넣지는 못했지만 실점도 철저하게 억제했다.

시와치는 "우리가 상대의 집에 불을 지르지는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상대가 우리 집에 불을 지르게 두지도 않을 것"이라고 인도의 축구를 설명했다.

팀의 조직력과 선수들 사이의 유대감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변화의 중심에는 네덜란드 국가대표 출신 슈르트 마리네 감독이 있다.

마리네 감독은 인도 여자하키를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다.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인도를 이끌고 역사적인 4위에 올랐다.

마리네 감독이 떠난 뒤 인도의 경기력은 하락했다. 결국 그는 지난 1월 다시 지휘봉을 잡았다.

마리네 감독은 경험과 젊음을 결합한 선수단을 구성했다.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활약한 선수들뿐 아니라 서로 다른 환경과 세대에서 성장한 신예들에게도 기회를 줬다.

주장 살리마 테테(24)의 성장 과정은 인도 대표팀의 정체성을 보여준다.

테테는 인도 자르칸드주의 작은 부족 마을 바르키차파르에서 자랐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만들어준 대나무 막대를 들고 하키를 시작했다. 수비와 공격을 빠르게 오갈 수 있는 능력을 갖춘 그는 현재 인도 대표팀의 핵심 선수로 성장했다.

미드필더 네하 고얄 역시 어려운 환경을 이겨냈다. 고얄은 "제대로 된 신발과 옷을 얻고 싶어서" 하리아나에서 하키를 시작했다고 BBC에 밝혔다. 알코올 중독을 겪었던 그의 아버지는 2017년 세상을 떠났고, 가족은 경제적인 어려움에 놓였다.

고얄이 프로 선수가 된 뒤에도 그의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수년 동안 공장에서 일했다.

선수단의 연령대도 폭넓다. 36세 미드필더 사비타부터 18세 삭시 라나까지 여러 세대가 함께한다. 26세 공격수 랄렘시아미는 경험과 에너지를 동시에 더한다.

마리네 감독은 이름값에 얽매이지 않았다. 기존 주축 선수를 과감히 제외하는 한편 오랫동안 대표팀 주변을 맴돌았던 실피 다바스 등에게 기회를 제공했다.

체력 향상도 반등의 중요한 요인이다. 경기력 전문 과학자를 비롯한 지원 인력들이 선수들의 신체 상태를 체계적으로 관리했다.

과거 하키 인도에서 보조 물리치료사로 일했던 보디사트바 다스는 “경기력 전문 과학자와 같은 전문가들이 합류하면서 선수들의 몸 상태가 좋아졌다. 동시에 그 과정 자체를 즐길 수 있게 됐다.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선수들에게도 공을 돌려야 한다”라고 평가했다.

마리네 감독은 경기장 위 전술만 바꾸지 않았다. 선수들이 서로를 신뢰하는 팀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인도 선수들은 월드컵에서 노란색과 빨간색의 ‘단결 밴드’를 손목에 착용했다. 하나의 팀이라는 공동체 의식을 잊지 않기 위한 장치였다.

훈련에서는 고참 선수들이 눈을 가린 채 후배들의 안내를 받아 경기장을 이동했다. 서로를 믿고 유대감을 강화하기 위해 마련한 훈련이었다.

마리네 감독은 월드컵이 끝난 뒤 하키 인도로부터 받은 주문이 간단했다고 밝혔다.

"단결을 만들어라. 선수들이 즐기고 있으며 하나의 팀이라는 사실을 외부에 보여줘라." 소통을 강조한 접근은 효과를 냈다.

테테는 "어린 선수들은 선배들에게 다가가는 것을 전혀 주저하지 않는다. 선배들도 언제든 후배들을 지도하고 도울 준비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인도는 월드컵에서 2승 3무 1패를 기록하며 5위에 올랐다. 세계랭킹도 8위까지 상승했다. 지난 6월 여자 네이션스컵 우승을 시작으로 확실한 반등 흐름을 만들었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상황은 암울했다.

인도는 파리 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했고 2025-2026시즌 FIH 프로리그에서도 강등됐다. 지난해 12월에는 하렌드라 싱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임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졌다.

월드컵 5위라는 성과에도 공격력은 여전히 문제로 남았다. 인도는 대회에서 11골을 기록했지만 이 가운데 6골을 남아프리카공화국과 경기에서 몰아넣었다. 잉글랜드와 네덜란드, 호주를 상대로는 한 골도 넣지 못했다.

시와치는 "더 많은 기회를 득점으로 연결하고 골을 늘려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기자 노리스 프리탐 역시 낮은 페널티 코너 성공률을 문제로 꼽았다. 수비진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더욱 공격적인 경기 운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는 중국과 일본, 대한민국이 인도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 예상된다.

나브니트 카우르와 니키 프라단, 수실라 차누, 랄렘시아미 등은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경험한 선수들이다.

랄렘시아미에게 일본은 기쁨과 슬픔이 교차하는 장소다.

미조람 출신인 그는 2019년 히로시마에서 경기를 치르던 중 농부였던 아버지의 사망 소식을 들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대신 동료들과 함께 남았고, 인도가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하는 데 힘을 보탰다.

이번 아시안게임에도 올림픽 출전권이 걸려 있다. 금메달을 차지하면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에 직행한다.

프리탐은 "새 감독이 선수들에게 자신감과 동료애를 심었다. 선수들은 끈끈하게 연결된 하나의 팀으로 경기하고 있다"라고 평가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중국으로 내다봤다. 그는 "중국이 최대 라이벌이다. 그러나 인도가 집중력을 유지한다면 충분히 도전을 이겨낼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불과 1년 전까지 올림픽 본선 탈락과 프로리그 강등을 겪었던 인도는 이제 아시아 정상과 올림픽 직행을 바라본다. 공격력이라는 마지막 숙제를 풀어낸다면 금메달도 손에 닿지 않는 목표는 아니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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