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현(김포시청)이 무려 3시간6분에 걸친 혈투 끝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두며 한국에 귀중한 승리를 안겼다.
정현은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테니스장 센터코트에서 열린 인도와 2026 데이비스컵 퀄리파이어스 2차 라운드 첫날 2단식에서 수미트 나갈을 2-1(2-6, 6-4, 7-5)로 꺾었다.
앞서 1단식에서 권순우가 닥시네스와 수레시를 상대로 역전승을 거둔 데 이어 정현까지 승리를 따내면서 한국은 매치 스코어 2-0으로 앞서게 됐다.
한국은 사상 첫 데이비스컵 파이널스 8 진출까지 이제 단 1승만을 남겨뒀다.
경기 후 정현은 대한테니스협회를 통해 "일단 우리 팀에 소중한 1점을 가져올 수 있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팀원으로서 1인분은 했다는 생각에 조금 안도가 된다"며 "경기 초반부터 2세트 중반까지 제대로 플레이하지 못해 답답한 상황이 많았다. 그래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승리할 수 있어서 위안이 됐다"고 돌아봤다.
승리 과정은 결코 쉽지 않았다.
정현은 1세트에서 나갈의 강력한 포핸드에 고전하며 2-6으로 첫 세트를 내줬다.
2세트에서도 큰 위기를 맞았다. 3-3에서 긴 듀스 승부 끝에 먼저 브레이크를 허용하며 3-4로 끌려갔다. 이미 한 세트를 내준 상황에서 자칫 경기 흐름까지 완전히 상대에게 넘어갈 수 있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정현은 오히려 평점심을 찾았다. 그는 "첫 세트를 지고 2세트에서도 3-3에서 먼저 브레이크를 내줘 3-4가 됐을 때 오히려 마음은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정현은 "상대 선수는 경기를 마무리하고 싶다는 부담감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나는 '한 번의 기회는 오지 않을까. 그 기회를 잡는다면 또 한 번 흐름이 바뀌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갖고 경기에 임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기회가 찾아왔다. 정현은 곧바로 브레이크백에 성공하며 4-4로 균형을 맞췄다. 이후 흐름까지 가져오는 데 성공했고, 결국 2세트를 6-4로 따내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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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에도 변화를 줬다.
정현은 "원래 랠리를 오래 이어가는 플레이를 선호하는데 1세트에서는 내 실수가 너무 많이 나와 쉽게 내줬다"며 "2세트부터는 한 번에 끝내려고 하기보다 랠리를 차근차근 쌓아가자는 생각으로 경기했다"고 밝혔다.

마지막 3세트는 말 그대로 정신력 싸움이었다. 정현이 먼저 브레이크에 성공하며 4-1까지 달아났지만 나갈도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나갈은 4-4까지 따라붙었고, 체력이 떨어진 두 선수는 마지막까지 치열한 랠리를 이어갔다.
마지막 순간 집중력을 발휘한 쪽은 정현이었다. 접전에서도 끝까지 버틴 정현은 다시 앞서나갔고, 결국 마지막 게임까지 따내며 '3시간6분'의 혈투에 마침표를 찍었다.
정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특별한 작전 같은 것은 없었다"며 "서로 3시간 이상 뛰었고 정신력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냥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고 봤다. 나는 그냥 버텼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체력에는 자신감이 있었다. 정현은 "나갈이 2세트부터 전체적으로 호흡도 힘들어 보였고 몸이 무거워지는 것이 보였다"며 "나는 지난주부터 이곳에서 잘 준비했기 때문에 체력적인 부분은 경기 끝날 때까지 괜찮았다"고 설명했다.

상대의 경기 운영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3세트에서 나갈이 서브를 넣기 전 시간을 길게 끄는 듯한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정현은 "나갈이 의도적으로 관중들의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정도가 될 때까지 기다렸던 것 같다"며 "하지만 일부러 항의하지 않았다. 내가 항의하면 오히려 그 선수가 원하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 같았다. 그냥 모른 척하고 경기했다"고 밝혔다.
앞서 1단식에서 승리한 권순우의 존재도 정현의 부담을 덜어줬다.
정현은 "순우가 작년부터 데이비스컵에서 진 적이 없다"며 "그동안은 내가 1단식에서 먼저 뛰고 패한 뒤 순우가 2단식에서 승리하고 나오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번에는 순우가 먼저 첫 승을 올려줘서 마음 편하게 경기할 수 있었던 부분도 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