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하면서 우승, 처음 아니라는데…"실격 처리" 다른 종목 사례 보니

설사하면서 우승, 처음 아니라는데…"실격 처리" 다른 종목 사례 보니

이재윤 기자
2026.09.19 07:0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오염된 기구 함께 쓴 선수들 불편 호소…마라톤·UFC 등 종목별 중단·실격 규정도

중국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경주 '하이록스(HYROX)' 대회에서 호주 출신 조안나 위트르직이 경기 도중 설사를 하고도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경기 중인 위트리직 모습./사진=온라인 SNS화면 갈무리.
중국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경주 '하이록스(HYROX)' 대회에서 호주 출신 조안나 위트르직이 경기 도중 설사를 하고도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경기 중인 위트리직 모습./사진=온라인 SNS화면 갈무리.

'설사 우승.'

지난 12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피트니스 대회 하이록스 여자부에서 호주 출신 조안나 위트르직이 경기 도중 배변 사고를 겪고도 멈추지 않은 끝에 우승을 차지했다.

당시 위트르직은 배설물이 다리 등에 묻은 상태에서도 달리기와 썰매 밀기, 로잉 등 남은 종목을 수행했다. 하이록스는 1㎞ 달리기와 8개의 기능성 운동을 번갈아 수행하는 경기로, 여러 선수가 같은 매트와 운동기구를 이용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선수의 의지를 높이 평가하는 반응이 나온 반면, 오염된 경기장과 기구를 다른 선수들이 함께 사용해야 했다는 점에서 비판도 제기됐다. 일부 참가자도 이 때문에 경기 과정에서 불편을 겪었다고 주장했다.

위트르직은 경기 직후 사회관계망(SNS)에 경기 과정에서 벌어진 일은 문제가 없다는 듯 "a win is a win"(승리는 승리)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런데 논란이 계속되자 해당 글을 삭제했고, 지난 17일에는 "경기장을 벗어나지 않은 결정을 후회한다"며 자신의 결정으로 다른 선수와 관중, 대회 관계자들이 불편을 겪은 데 대해 사과했다. 베이징 대회에서도 소급해 기권하고 획득한 포인트를 반납했다.

마라톤·UFC서도 배변 사고…경기 중단·실격 규정도

격렬한 운동 중 배변 사고가 발생하는 것 자체는 이례적인 일만은 아니다. 국제여성비뇨부인과학회(IUGA) 학술지에 올해 소개된 연구에 따르면 칠레 여성 마라톤 참가자 366명 가운데 7.1%가 변실금 증상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격렬한 운동이 설사 등 위장관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는 연구도 이어져 왔다.

실제 국제 스포츠 경기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996년 보스턴마라톤에서는 독일의 우타 피피히가 경기 도중 복통과 설사를 겪었지만 물로 몸을 씻어가며 경기를 계속해 여자부 3연패를 달성했다.

영국의 마라톤 선수 폴라 래드클리프는 2005년 런던마라톤에서 급박한 변의를 느끼자 코스 옆에 멈춰 용변을 본 뒤 다시 달려 우승했다. 두 선수 모두 위트르직과 달리 몸을 씻거나 코스를 잠시 벗어난 뒤 경기를 이어갔다.

격투기에서는 경기 중 배변 사고가 규정 정비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2017년 UFC에서 저스틴 키시가 펠리스 헤릭과 경기하던 중 배변해 경기장이 오염됐지만 경기는 그대로 진행됐다. 이후 미국 복싱위원회협회(ABC)는 선수가 경기 도중 대변·소변·구토 등 신체 기능의 통제력을 잃으면 경기를 중단하고 판정패 처리하도록 하는 지침을 마련했다.

다른 종목들도 경기 중 용변 등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세계육상연맹 도로 경기에서는 경기 관계자의 허가를 받아 코스를 벗어날 수 있으며, 국제사이클연맹은 경기 중 공개 배뇨를 제재한다. 월드트라이애슬론 대회에서는 공개적인 배뇨·배변이 실격 사유가 될 수 있다.

끝까지 뛰는 게 스포츠 정신?…"다른 선수 피해 없어야"
중국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경주 '하이록스(HYROX)' 대회에서 호주 출신 조안나 위트르직이 경기 도중 설사를 하고도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경기 중인 위트리직 모습(사진 왼쪽)과 장비에 묻는 이물질./사진=온라인 SNS화면 갈무리.
중국에서 열린 실내 피트니스 경주 '하이록스(HYROX)' 대회에서 호주 출신 조안나 위트르직이 경기 도중 설사를 하고도 우승을 차지해 논란이 제기됐다. 사진은 경기 중인 위트리직 모습(사진 왼쪽)과 장비에 묻는 이물질./사진=온라인 SNS화면 갈무리.

이번 사건을 두고 전문가들은 끝까지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승리 의지'뿐 아니라 다른 선수에게 미치는 영향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성주 국민대 스포츠교육학과 교수는 "선수 입장에선 '이런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하지 않는 것은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생각할 수 있다"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행위가 다른 선수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아야 한다는 측면과 충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위트르직이 대회 규정을 어기거나 이를 통해 부당한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배변으로 경기 환경과 공용 기구가 오염됐다면 모든 선수가 같은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는 형평성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 교수는 "형평성이나 올바른 태도의 관점에서 스포츠맨십에 어긋난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회 운영진이 선수 개인에게 경기 중단 여부를 맡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개입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학준 한국체육철학회 회장은 "경쟁 상황에 놓인 선수 개인에게 중단 여부를 맡기기보다 운영진이 사전에 기준을 마련하고 개입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록스 측도 운영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공동창립자 모리츠 퓌르스테는 "경기 도중 즉각 대응하지 않은 것은 실수였다"며 사과하고 관련 절차와 규정을 변경했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재윤 기자

안녕하세요. 이재윤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