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관광자원 된 풍력발전단지 '경주풍력'
석굴암·불국사 인근 풍력단지 드라이브·자전거 코스로 '인기'
전기 만드는 7기 터빈, 여행객 사진 배경으로
지역 상권 연계·방문객 편의시설 확충은 과제

불국사와 석굴암이 자리한 경상북도 경주시 토함산 자락. 불국사 부근에서 구불구불한 불국로를 15분 남짓 달리자 '경주 풍력 발전소 바람길' 이정표를 지나 곧 거대한 흰색 타워들이 시야를 가득 채운다. 토함산의 이웃산인 해발 약 596m의 조항산 능선에 자리한 경주풍력발전 제1발전소, 일명 '바람의 언덕'이다.
'바람의 언덕'에 도착하자 7기의 풍력 터빈이 모습을 드러낸다. 지면에서 날개 축까지 높이만 80m, 세 개의 날개가 회전하며 그리는 원의 지름은 축구장 길이에 가까운 95m에 달한다. 이곳에서 풍력발전기는 전기를 생산하는 설비이자 여행객들의 사진 배경이 된다.

흐린 날씨에 간간이 찬 바람이 불어닥친 지난 9일에도 발전소 주차장에는 대여섯 대의 차량이 들어서 있었다. 발전기 날개가 묵직하게 허공을 가르는 장면을 담기 위해 방문객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단체사진을 찍는 그룹도 있었다. 대구에서 여행을 온 최혜교 씨(28)는 "황리단길 다음 코스로 이곳을 찾았다"며 "지난번 방문했을 때 풍경이 너무 예뻤던 기억이 있어 다시 왔다"고 했다.
경주풍력은 한국동서발전과 동국S&C가 운영하는 풍력발전소다. 2012년 10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16.8메가와트(MW, 2.4MW급 7기) 규모의 제1발전소와 양남면의 제2발전소를 합쳐 총 37.5MW 설비용량을 갖췄다. 2017년에는 9MWh급 에너지저장장치(ESS)도 들여놓았다.

본업에 충실한 산업 인프라지만, 경주시가 제1발전소 인근에 공원을 조성하며 공간의 표정이 바뀌었다. 경주시는 2019년 발전소 인근에 '토함산 수목 경관숲' 조성사업을 시작하며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한 여가 공간 확충에 나섰다. 제1발전소 일대에는 전망 정자 경풍루와 산책로, 피크닉 공간 등이 마련돼 여행객을 맞는다.
봄, 가을 주말이면 여행객과 산악자전거 동호인의 차량 수십 대가 굽잇길을 메운다. 발전소 관계자에 따르면, 인파가 몰릴 때는 주차장에만 40~50대의 차량이 서 있다고 한다. 벚꽃 피는 무렵엔 특히 사람이 몰리고, 더운 여름에도 경주 시내보다 4~5도 가량 서늘한 날씨 덕에 찾는 이들이 늘어난다. 대만·일본 단체 관광객들도 방문하는 코스가 됐다. 이 곳에 근무하는 최병협 경주풍력발전 차장은 "풍력발전기를 배경으로 이 곳에서 웨딩촬영을 한 방문객도 있었다"고 전했다.

경주풍력의 강점은 관광객이 꾸준히 오가는 문화유산 인근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다. 풍력발전소만을 보러 별도 여행을 계획하는 경우는 흔치 않으나, 다른 일정과 묶어 풍력 발전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는 셈이다. 결과적으로 풍력발전에 대한 친근함을 높이는 효과도 있다. 불국사와 석굴암이라는 전통 문화유산의 관람 동선 끝에 재생에너지 현장이 자연스럽게 편입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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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풍력발전에서 근무 중인 동서발전의 진동강 팀장은 "다른 육상풍력 단지들은 외딴 산지에 있어 주변 관광지나 상권과 연계하기 쉽지 않지만 이곳은 불국사, 석굴암을 둘러본 여행객들이 이동 동선을 크게 벗어나지 않고 들를 수 있다는 게 다른 점"이라 했다.
앞으로 풀어가야 할 과제도 있다. 발전소 진입로와 주변에 지역 상권이 형성되게끔 해 '관광 명소화'가 '지역 주민의 수익'으로 연결되게 하는 과제가 대표적이다. 전기를 생산하는 공간이 관광지 역할까지 맡게 된 만큼, 발전소와 지자체가 방문객 편의·안전을 위한 관리 역할을 나누는 일도 중요해졌다.
지역 주민 박금화 씨(65세)는 "저녁 노을이 정말 예뻐서 인근에서도 많이 보러 온다"며 "다만 화장실 같은 인프라가 부족해 이런 부분이 잘 갖춰졌으면 좋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