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 위즈 외국인 타자 샘 힐리어드(32)가 KBO 리그 역대 한 시즌 최다 삼진 기록까지 갈아치울 페이스다. 그런데 KT에서는 힐리어드의 많은 삼진을 크게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재계약 대상으로 거론되고 정규시즌 MVP 후보로도 거론된다.
이유는 간단하다. 삼진으로 잃는 것보다 힐리어드가 만들어내는 것이 훨씬 많기 때문이다. 20일까지 힐리어드는 127경기 타율 0.304(500타수 152안타), 37홈런 116타점 102득점 8도루, OPS(출루율+장타율) 0.953, 득점권 타율 0.303을 기록하고 있다.
4월까지 타율 0.232로 고전했지만, 5월 0.350, 6월 0.318, 7월 0.365로 빠르게 KBO 리그에 적응했다. 7월에는 9홈런 26타점, 장타율 0.743을 기록하며 KBO 월간 MVP까지 차지했다.
물론 삼진 숫자는 눈에 띈다. 58볼넷과 몸에 맞는 공 2개를 얻은 반면 삼진은 160개, 삼진율은 28.3%다. KT가 20일까지 129경기를 치른 것을 기준으로 144경기로 환산하면 약 179삼진 페이스로 신기록을 작성할 기세다.
현재 KBO 한 시즌 최다 기록은 2000년 현대 유니콘스 톰 퀸란의 173개다. 2위는 2024년 김재환의 168개, 3위는 2015년 박병호의 161개다. 다만 단순 삼진 개수만으로 힐리어드를 퀸란과 같은 유형으로 묶기도 어렵다. 퀸란의 당시 삼진율은 32.2%로 힐리어드보다 높았다. 경기 수와 타석 수가 늘어난 현재의 환경도 누적 삼진 숫자에는 영향을 준다.

무엇보다 힐리어드는 삼진이 많은 대신 타구가 맞았을 때 확실한 결과를 만든다. 상황에 맞는 팀 배팅과 빠른 발로 같이 죽는 법이 드물다. 37홈런을 치면서도 타율 3할을 유지하고 있다. 홈런만 노리는 공갈포가 아니다. 볼넷도 58개를 얻었고 8도루가 가능한 주력까지 갖췄다. 병살타는 단 3개(리그 최소 공동 6위)에 불과하고, 희생플라이도 7개(리그 공동 4위)다. 강하게 휘두르면서도 상황에 따라 주자를 불러들이고, 출루하면 빠른 발로 다음 베이스를 노린다.
대표적인 경기가 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홈 경기였다. 이때 힐리어드는 4번 타자 겸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2타수 무안타 2볼넷 1타점 1삼진을 기록했다. 안타는 하나도 없었지만, 결승타로 KT의 9-8 승리에 분명한 제 몫을 해냈다.
1회말 1사 1, 3루에서 박신지의 높은 패스트볼을 외야 중앙 깊숙한 곳까지 보내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만들었다. 두산이 끝내 동점을 만들지 못하면서 결과적으로 결승타점이 됐다. 2회에는 더 끈질겼다. 장준원의 스리런 이후 1사 1, 2루에서 두산이 김동주로 투수를 바꿨지만 공 3개를 골라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다. 뒤이어 김현수의 밀어내기 볼넷이 나왔다. 6회에도 좌완 이병헌을 상대로 6구 승부 끝에 볼넷을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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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에는 정반대 방식으로 존재감을 과시했다. 19일 두산전에서 5타수 4안타(1홈런) 1타점 4득점으로 폭발하며 KBO 역대 45번째로 시즌 100득점-100타점을 동시에 넘어섰다.

지난해 KIA 타이거즈에서 뛰었던 패트릭 위즈덤(35)과 비교하면 차이가 더 분명하다. 위즈덤은 리그 2위에 해당하는 35홈런을 기록했지만, 타율 0.236, 85타점에 그쳤고 142개의 삼진을 당한 뒤 재계약에 이르지 못했다. 힐리어드는 삼진이 더 많지만, 3할 타율과 37홈런, 116타점을 동시에 만들고 있다. 많은 삼진이라는 한 가지 공통점만으로 같은 유형으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KT에서도 굳이 힐리어드에게 스윙을 줄이라고 요구할 이유가 없다. 오히려 고마워한다. 최원준은 최근 "힐리어드가 초반에 많이 힘들어했는데 이렇게 너무 잘해줘서 고마운 마음이 크다"며 "저렇게 아파하지도 않고 엄살도 안 부리고 끝까지 열심히 뛰는 외국인 선수가 많지 않다. 배울 점도 많고 같이 있어서 너무 든든하다"고 말했다.
힐리어드 본인의 생각도 분명하다. 그는 19일 경기 후 "삼진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 있게 스윙하는 게 내 스타일이다. 그게 더 팀을 위한 결과를 만드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개인 타이틀에 대해서도 "시즌이 끝났을 때 타자로서 타이틀을 받으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건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이라며 "지금 당장 내가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들을 더 신경 쓰며 팀 승리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고 했다.
그렇게 쌓은 100타점-100득점도 자신의 기록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힐리어드는 "타점은 동료들이 나가줘야 하고 득점은 동료들이 나를 홈으로 불러줘야 한다"며 "지금 우리 팀이 얼마나 순항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라고 생각해서 더욱 기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