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잔인하다"고 했던 상속세…강북 집 한채만 받아도 '2.7억'

李대통령 "잔인하다"고 했던 상속세…강북 집 한채만 받아도 '2.7억'

세종=박광범 기자
2026.09.20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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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기한 지난 세제]<2>②

[편집자주]  정책은 현실을 반영한다. 하지만 현실이 빠르게 변하는 동안 정책과 제도는 과거의 기준에 머물러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당시에는 합리적이었던 정책이 어떻게 현실과 괴리됐는지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
유일한 상속 재산이 서울 아파트 1채일 때 예상 상속세_0916/그래픽=김현정
유일한 상속 재산이 서울 아파트 1채일 때 예상 상속세_0916/그래픽=김현정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집 주인이 사망하고 가족이 남았는데, 집이 10억원이 넘으면 세금을 내야 한다"며 "돈이 없으면 집을 팔고 떠나야 하는데 너무 잔인하다"고 말했다. 29년째 그대로인 상속세 공제한도 상향 필요성을 제기한 것이다.

실제 '부자 세금'으로만 여겨졌던 상속세는 '중산층 세금'으로 빠르게 전락하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집값이 급등하면서 웬만한 서울 아파트 한 채 가격이 10억원을 훌쩍 넘은 탓이다. 반면 상속세 공제액은 29년째 요지부동인 까닭에 서울에 집을 가지고 있는 대다수 고령층의 가족들은 상속세를 고민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서울 평균 강북아파트 한채 물려줄 때 자녀들 내야할 상속세 '2.7억'

20일 머니투데이가 우병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에게 의뢰해 최근 16억원에 실거래된 서울 성북구 길음동의 한 아파트 사례를 시뮬레이션(다른 금융재산 및 부채는 없다고 가정)한 결과 피상속인(사망자)의 배우자가 없을 경우 자녀들이 내야 할 상속세는 2억6772만원이다.

이마저도 다른 현금이나 금융자산 없이 말그대로 아파트 한채만 물려받았을 때 얘기다.

만약 피상속인과 한 집에 살고 있었다면 자녀들은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잔인한 상황에 놓이게 된다. 2억원이 넘는 상속세를 낼 현금자산이 없다면 평생 살던 집을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상속세를 내기 위해 집을 파는 것도 쉽지 않다. 급매로 헐값에 팔아야 할 수도 있고, 그에 따른 양도소득세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어서다. 상속세가 중산층에겐 '징벌적 과세'가 됐단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배우자를 잃었을 때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찬가지로 16억원짜리 아파트를 배우자가 상속받을 때(다른 금융재산 및 부채는 없고 자녀가 2명 있을 경우 가정) 배우자가 내야 하는 상속세는 6873만1429원으로 추산된다. 7000만원에 가까운 현금자산이 없다면 살던 집에서 쫓겨날 상황에 처할 수 있단 의미다.

그동안 중산층에게 상속세는 '먼 나라 이야기'로 여겨졌다. 일괄공제(5억원)와 배우자 공제(5억원)를 고려하면 사실상 10억원이 넘는 순자산을 자식들에 물려줄 수 있는 중산층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6억739만원으로 집계됐다. 통계를 처음 작성한 2009년 5월(5억2104만원)의 3배 이상으로 집값이 뛰었다.

중산층 상속세 부담 낮추겠다며 상속세제 손 본 지 어느덧 29년

현재의 상속세제 틀이 갖춰진 건 1997년이다.

당시 재정경제원(현 재정경제부)은 "중산층에 대한 상속·증여세 부담을 대폭 완화해 중산층의 생활기반 계속 유지를 지원하겠다"는 기본방향을 제시하며 상속세제를 바꿨다. 5억원의 일괄공제가 생겼다. 피상속인이 사망했을 때 생존 배우자가 상속받은 재산 평가액에서 5억~30억원을 빼주는 배우자 공제 최저한도 5억원도 이때 설정됐다.

또 △5000만원 이하(10%) △5000만원 초과~2억5000만원 이하(20%) △2억5000만원 초과~5억5000만원 이하(30%) △5억5000만원 초과(40%)인 과세표준 구간별 세율을 △1억원 이하(10%) △1억원 초과~5억원 이하(20%) △5억원 초과~10억원 이하(30%) △10억원 초과(40%)로 손봤다.

이후 30억원 초과(50%) 구간이 신설된 것을 제외하면 지금의 과세 틀이 29년째 유지되고 있다.

상속세 개편 시도 번번이 무산…李대통령도 공약
연도별 사망자 대비 상속세 과세대상 추이/그래픽=김지영
연도별 사망자 대비 상속세 과세대상 추이/그래픽=김지영

'중산층 세금'이 된 상속세제를 개편하려는 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주는 사람' 기준인 상속세제를 '받는 사람' 기준으로 전환하는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실제 법 개정안 발표까진 이르지 못했다.

윤석열정부도 초기부터 유산취득세 도입을 추진했고, 2025년 개편안을 발표했다. 상속인이 늘어나면 그만큼 공제액도 증가하고, 상속세도 덜 내는 구조다. 일괄공제(5억원)를 없애는 대신 똑같은 공제액만큼 직계존비속 공제액을 5억원으로 설정했다. 사실상 기존 자녀공제 5000만원을 5억원으로 올리는 안이다. 배우자 공제는 법정상속분을 초과하더라도 10억원까지는 전액 공제해주려 했다. 예컨대 상속재산 20억원을 배우자가 10억원, 자녀 2명이 5억원씩 물려받는 경우 배우자 공제 10억원, 자녀 한명당 5억원씩 기본공제가 적용돼 상속세를 안 내도 되는 방안이다.

하지만 정권 교체기와 맞물려 유산취득세 도입 법안은 제대로 된 국회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상속세 현실화 필요성은 이 대통령도 공감한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속세 일괄공제 한도 및 배우자 공제 한도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실제 임광현 국세청장은 국회의원 시절 상속세 일괄공제를 5억원에서 8억원으로, 배우자공제를 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상속세 공제한도를 10억원에서 18억원으로 상향조정하는 안이다.

그러나 이재명정부에서 발표한 2번의 세제개편안에는 상속세 개편안이 담기지 않았다. 이형일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후보자는 최근 국회 인사청문 서면 답변서에서 "국제비교 시 높은 수준의 상속세율 등을 고려해 세부담 완화가 필요하다는 입장과 자산 불평등 심화, 과세형평 제고 등을 고려해 세부담 완화는 적절치 않다는 입장이 상존하고 있다"며 "각계각층의 다양한 의견 수렴과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재정여건·수혜대상 등을 감안한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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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광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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