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23세 이하(U-23) 축구대표팀 주장 이기혁(강원FC)이 통증에도 끝까지 그라운드를 지켰다. 자신이 중심을 잡아야 동료들도 흔들리지 않는다는 책임감으로 팀을 이끌었다.
이민성 감독이 지휘하는 한국은 22일 일본 나고야 미즈호 공원 럭비경기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꺾었다.
지난 15일 카타르를 4-1로 완파했던 한국은 2연승, 승점 6으로 D조 1위를 확정했다. 한국은 오는 25일 오후 7시 같은 장소에서 C조 2위 베트남과 8강전을 치른다.
이날 이기혁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해 공수를 조율했다. 하지만 전반 도중 경합 과정에서 넘어지며 통증을 호소했다.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이기혁은 풀타임을 소화했다. 이유가 있었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이기혁은 "감독님도 저를 중요하게 생각하시는 게 팀의 중심을 잡아줄 역할이 필요하다고 해서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 세워놓으셨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전반에 아프고 난 뒤부터 집중력이 조금 흐트러진 것 같다"며 "제가 중앙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다 보면 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돌아봤다.
주장으로서 자신의 역할을 더욱 명확하게 느낀 순간이었다.
이기혁은 "제가 아프다고 해서 집중력이 흐트러지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럴 때 더 팀의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제는 진짜 토너먼트다. 한 번 미끄러지면 다시는 기회가 없다"며 "그럴수록 제가 먼저 중심을 잡고 선수들이 더 집중할 수 있도록 앞에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사우디전 전반은 한국 뜻대로만 풀리지 않았다. 한국은 전반 내내 상대 수비를 쉽게 뚫지 못했다.
하지만 이기혁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동료들에게도 침착함을 주문했다.
그는 "아시안게임이라는 무대는 과정보다 결과를 가져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경기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저희가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항상 선수들과 얘기했던 게 '조급해하지 말자'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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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저희 공격수들의 기량도 워낙 좋고 개인 능력으로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선수들이 많다"며 "수비만 끈끈하게 버티면 기회는 무조건 올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후반 들어 신민하(강원FC)와 김명준(KRC 헹크)이 연속골을 터뜨리며 승리를 가져왔다.
이기혁은 "전반 경기력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지만 후반에 선수들이 득점을 만들면서 승리를 가져올 수 있었다"며 "평소에도 그런 얘기를 자주 했기 때문에 조급해하지 않고 결과를 가져오는 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제 시선은 베트남과의 8강전으로 향한다. 한국은 조 1위를 차지하면서 조별리그 2경기에서 7골을 터뜨린 우즈베키스탄을 피하고 베트남과 맞붙게 됐다.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이기혁은 "그나마 강한 상대를 피했다고는 할 수 있지만 누구도 무시할 수 있는 상대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들은 모두 강팀이다. 방심할 수 있는 팀은 한 팀도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베트남을 향한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베트남 선수들이 앞선 무대에서 한 번 저희를 이겼기 때문에 저희가 더 독하게 마음을 먹어야 할 것 같다"며 "선수들이 방심하지 않도록 제가 중앙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더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경기가 끝난 뒤부터 8강을 준비하는 입장에서 그런 부분을 잘 전달했다"며 "저희가 더 열심히 하고 경기장에서 베트남을 꺾으려는 의지가 더 강하다면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금메달을 목표로 한다면 상대보다 더 열심히 뛰고 경기장에서 보여줘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다"면서 "그런 부분들이 잘 드러나는 것 같다"고 팀 동료들을 향해 믿음을 보냈다.

세트피스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기혁은 "저희 제공권이 워낙 좋다. 약속했던 포인트로 공을 잘 올려놓으면 제공권 싸움에서 이길 선수들이 많다"며 "키커들은 약속대로 올리고, 선수들이 그 약속대로 움직이면 득점이 더 많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신 공격수 이영준(그라스호퍼)의 합류도 새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 소속팀 문제로 합류가 늦어졌던 이영준은 21일 대표팀에 들어왔고, 이날 곧바로 후반 교체 투입돼 15분 정도를 소화했다.
이기혁은 "영준이가 들어오면서 높이에서 더 큰 장점이 생긴다. 크로스를 올리는 부분에서 강점이 생길 것"이라고 기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