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0이닝을 던져 157개의 삼진을 잡아낸 고교 최고의 '이닝이터' 김지율(18·KT 위즈)이 당당하게 프로 무대 도전장을 내밀었다.
KT는 지난 21일 서울 롯데호텔 월드 크리스탈볼룸에서 열린 2027 KBO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5순위로 충암고 우완 김지율을 지명했다.
김지율은 드래프트 직후 스타뉴스와 만나 "KT에 지명될 수 있어서 정말 좋다. 빨리 프로에 가서 선배님들과 같이 야구하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자신의 이름이 불린 시점도 "딱 예상했던 순번이었던 것 같다"고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그러나 자신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는 자신감이 확실했다. 김지율은 "나는 타자가 누구든 바로 승부할 수 있는 투수라고 생각한다. 많은 이닝을 던질 수 있고 높은 타점과 제구가 장점"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그럴 만한 근거가 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기준 키 186㎝, 몸무게 90㎏의 김지율은 올해 충암고 마운드를 사실상 책임졌다. 26경기에서 14승 2패 평균자책점 1.28, 무려 120이닝을 소화하면서 38볼넷과 7개의 몸에 맞는 공을 내주고 157탈삼진을 잡았다.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는 0.89였다.
충암고가 황금사자기와 봉황대기를 연달아 제패하는 과정에서도 중심에는 김지율이 있었다. 황금사자기에서는 투구 수 제한 때문에 결승에 나서지 못했음에도 우수투수상을 받았고, 봉황대기에서는 부산고와 준결승에서 105구를 던지며 5⅔이닝 2실점으로 팀을 결승에 올려놓았다. 3학년 마지막 시즌을 120이닝으로 마친 김지율은 충암고의 전국대회 2관왕을 이끈 에이스였다.
구속만으로 타자를 찍어 누르는 유형은 아니다. 앞서 한 KBO 구단 스카우트는 스타뉴스에 "김지율은 직구, 슬라이더 투 피치지만 터널링과 직구 수직 무브먼트가 뛰어나다. 어느 상황에도 자신의 공을 던지는 것이 장점이고 이닝 소화 능력도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구단의 평가도 비슷하다. 이충무 KT 스카우트팀장은 "우완 투수 중에서는 김지율의 슬라이더가 톱이라고 본다. 슬라이더를 자기가 마음대로 조절한다"며 "올해도 삼진만 157개를 잡았다. 고교든 대학이든 삼진을 많이 잡는 선수들은 결국 뭔가 확실한 결정구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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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구속이 완성형이라고 보지도 않는다. 김지율은 짧게 던질 때 최고 시속 145~146㎞까지 기록한다. 선발로 긴 이닝을 책임질 때는 스스로 완급을 조절하는 유형이다. 이 팀장은 "불펜으로 1이닝을 쓴다면 시속 140㎞ 중반까지는 충분히 나올 수 있다"며 "아직 근력이 더 붙을 여지가 있다. 체계적으로 운동하면 구속도 충분히 올라갈 수 있다고 본다"고 기대했다.
120이닝이라는 많은 투구량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KT는 투구 메커니즘 자체에서는 큰 위험성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 팀장은 "김지율은 지금까지 특별히 아팠던 적이 없다. 던지는 메커니즘 자체도 무리가 가지 않게 부드럽게 던진다"며 "기본적으로 큰 부상에 대한 위험성은 적다고 봤고 제구가 좋다"고 설명했다.
구단도 입단 후에는 서두르지 않을 계획이다. 나도현 KT 단장은 "김지율을 내부적으로 2라운드급 자원으로 평가했다"고 귀띔하며 "입단하면 이닝과 투구 수 등을 메디컬 체크를 통해 선수에 맞게 커스터마이즈해 조금씩 끌어올릴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줄 계획"이라고 밝혔다.
KT는 2라운드에서 최지만(35)을 선택한 뒤에도 김지율이 3라운드까지 남자 만족스럽게 지명권을 행사했다. 낯선 프로 생활을 앞두고 든든한 선배도 있다. 지난해 충암고를 졸업하고 2026 신인드래프트 3라운드 전체 26순위로 KT에 입단한 3루수 김건휘(19)다. 김지율은 "(김)건휘 형이 얼마 전에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이렇게 KT에서 만날 줄 몰랐다"고 웃었다.
이미 봉황대기를 치르기 전 100이닝을 돌파해 혹사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 그럼에도 꿋꿋하게 충암고에 19년 만의 초록 봉황을 안긴 에이스는 의연했다. 이제 자신의 그 장점을 프로에서 곧바로 보여주려 한다. 김지율은 자신을 어떤 선수라고 소개하고 싶냐는 말에 "나는 바로 승부할 수 있는 투수다.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