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양궁은 명실상부한 '세계 최강'이다.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국제대회에 나설 때마다 시상대 제일 위에는 태극기가 휘날린다. 한국 선수들끼리 결승 맞대결을 펼치는 건 흔한 일이고, 심지어 시상대 위 세 명 모두 한국 선수들이 오르는 것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다.
다만 범위를 좁혀보면 한국 양궁이 '최강'이라 자부할 수 있는 종목은 리커브로 한정된다. 리커브는 팔의 힘으로만 시위를 당겨 쏘는 일반적인 모습의 종목이다. 컴파운드는 활 양 끝에 도르래가 달려 있고, 조준경까지 활용해 화살을 날린다. 한국 양궁은 리커브에서만큼은 세계 최강이지만, 컴파운드에서는 그렇지 않다.
지난 2023년에 열린 2022 항저우(중국)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한국은 컴파운드 남·여·혼성 단체전, 남·여 단체전 모두 금메달에 실패했다. 그리고 그 금메달 5개는 모두 인도의 몫이 됐다. 한국 양궁은 세계 최강이지만, 컴파운드로 한정한다면 세계 최강은 인도다.
지난달 30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날 한국은 남·여 단체전과 혼성 단체전까지 모두 4강에 올랐다. 그러나 혼성 단체팀 은메달, 여자 단체팀이 동메달을 각각 목에 거는 데 그쳤다. 남자 단체팀은 아예 시상대조차 오르지 못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세 종목 모두 인도 선수들이 시상대 제일 위에 섰다.
그리고 그 현장엔 정의선 대한양궁협회장이 있었다. 정의선 회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봤다. 혼성 단체전에선 시상자로도 나섰다. 2005년부터 무려 21년째 대한양궁협회를 이끌고 있는 정의선 회장은 한국 양궁을 세계 최강으로 이끈 가장 중요한 인물로 손꼽힌다. 그런 그가 한국 컴파운드 양궁이 인도의 벽에 번번이 가로막히는 모습을 지켜봤다.

이후 정의선 회장은 인터뷰를 통해 "금메달이든 은메달이든 동메달이든, 아시안게임에 출전한 것 자체로 너무나 영광된 일이다. 본인들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 일이기 때문에 계속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컴파운드 종목은 인도가 워낙 전 세계적으로 강팀"이라면서 의미심장한 한 마디도 더했다.
정의선 회장은 "저희도 열심히 쫓아가고 있다. 더 많이 좀 훌륭한 방법으로 훈련을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양궁)협회가 앞으로 할 일이 더 많다는 걸 느꼈다"고 했다. 인도와 격차를 줄이기 위해 대한양궁협회 차원의 역할을 고민해보겠다는 것이다. 물론 협회장으로서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발언이긴 하지만, 그것이 대한양궁협회를 이끄는 정의선 회장의 발언이라면 기대감 자체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의 PICK!
마침 이날 한국은 실수가 이어진 남자 단체전을 제외하고는 모두 인도에 단 1점 차로 졌다. 혼성단체전 은메달, 여자 단체전 동메달을 목에 건 박정윤은 "우리나라 컴파운드 경쟁력도 굉장히 많이 올라왔다고 느껴졌다. 인도와 붙어 보니 그렇게 벽이 느껴지지도 않았고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며 "초등학생 선수들도 생기는 등 얇았던 선수층도 두터워지는 등 실력도 상향평준화되고 있다"고 했다.
여기에 "협회가 할 일이 많다"는 정의성 회장의 한마디와 맞물려 대한양궁협회 차원의 본격적인 지원이 더해진다면, 이제는 도전자 입장이던 컴파운드 역시 리커브 못지않은 성장세를 기대해 볼 수 있다. 리커브뿐만 아니라 컴파운드마저 세계 최강으로 더 도약할 수 있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의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