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도심에서 열린 마라톤 대회에 참가한 20대 여성이 결승선을 불과 500m 앞두고 쓰러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1992 바르셀로나 올림픽 마라톤 금메달리스트 황영조가 무리한 기록 경쟁과 준비 부족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냈다.
황영조는 13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마라톤 대회 사망 왜 일어날까'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리고 러닝 안전 문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황영조는 "건강하게 오래 살려고 러닝을 하는 것인데, 건강을 위한 러닝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달리기가 되고 있다"며 "운동할 때는 자신의 몸 상태를 먼저 느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서울레이스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전 8시 49분께 '2026 서울레이스' 하프코스에 참가한 유지원 씨가 20.6㎞ 지점에서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하프코스 전체 거리 21.0975㎞ 가운데 결승선을 약 500m 앞둔 지점이었다.
현장 의료진의 응급조치 직후 유 씨는 119 구급차를 통해 인근 병원으로 긴급 이송돼 치료를 받았으나 끝내 숨졌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조직위원회는 공식 채널을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갑작스러운 슬픔을 마주하신 유가족과 마음이 무거우실 참가자 여러분께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며 "이번 사안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후속 조치를 차질 없이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서울광장을 출발해 광화문과 흥인지문 등 서울 도심을 가르는 이번 대회에는 하프코스와 11㎞ 코스 등에 약 1만 2000명이 참가했다.
유 씨는 카이스트(KAIST) 대학원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 연구를 이어오던 공학도였다. 연구 활동과 러닝을 병행하는 일상을 공유하며 러닝 인플루언서로도 활발히 활동해 왔다.
2022년 달리기를 시작한 뒤 꾸준히 기량을 끌어올렸고, 지난 4월 열린 군산새만금마라톤대회 10㎞ 마스터즈 여성부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등 동호인들 사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독자들의 PICK!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지자 고인의 SNS와 생전 인터뷰 영상 등에는 추모 메시지가 이어지고 있다.
이 가운데 황영조가 마라톤 안전을 위한 조언을 건넨 것이다. 그는 사고 위험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충분한 훈련 없이 대회에 참가하거나 기록에 대한 욕심으로 무리하게 달리는 경우를 꼽았다.
이어 "일반인들은 잠도 충분히 자지 못하고 업무 스트레스도 받는다. 여기에 훈련까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대회에 참가할 수 있다"며 "그럴 때 사고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몸에 이상을 느낀다면 과감하게 달리기를 멈출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영조는 "포기할 줄 아는 사람이 잘 뛰는 사람"이라며 "멈출 줄 안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을 안다는 이야기"라고 조언했다.
이어 "준비가 부족하다면 과감하게 코스를 줄이거나 기록에 연연하지 않고 연습한다는 마음으로 참가해야 한다"며 "충분한 거리 훈련과 시간주 훈련을 거친 뒤 하프마라톤에 도전하고, 이후 단계적으로 풀코스에 도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기록 경쟁 문화에도 우려를 나타냈다.
황영조는 "요즘 러닝을 하는 사람들은 SNS에 자신이 매일 뛰는 모습을 올리고 어느 대회에서 몇 ㎞를 몇 분 만에 뛰었는지 자랑한다"며 "목표가 있어 열심히 하는 것은 좋지만 건강을 위한 달리기가 아니라 기록을 위해 무리하게 뛰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러닝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풀코스에 참가해 몇 달 만에 완주했다고 자랑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기록에 욕심을 내고 무리하게 달릴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회 주최 측의 안전 관리 역시 중요하다고 짚었다. 그는 "잘 준비된 대회도 있지만 준비가 부족한 대회도 많다"며 "문제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황영조는 기록보다 달리기 자체의 즐거움을 추구하는 '펀런(Fun Run)'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빨리 뛰는 것이 잘 뛰는 것은 아니다"며 "대회 분위기를 즐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편안하게 달리는 문화로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몸이 준비돼 있어도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운동하지 않고, 뛰고 싶어도 몸이 준비되지 않았다면 뛰지 않는다"며 자신의 몸 상태에 맞춰 달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