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너무 미안했다, 내가 중요하다" 고개 숙였던 150SV 투수, 위기의 순간 지켜낸 약속 [PO]

"올해는 너무 미안했다, 내가 중요하다" 고개 숙였던 150SV 투수, 위기의 순간 지켜낸 약속 [PO]

대구=안호근 기자
2026.10.27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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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PO 1차전에서 선발 네일의 갑작스러운 퇴장 이후 구원 등판해 무실점 호투를 펼쳤다. 정해영은 올 시즌 부진으로 마무리 자리를 내주며 힘든 시간을 보냈으나 포스트시즌에서 팀에 도움이 되겠다는 약속을 지켜냈다. 시즌 종료 후 상무 입대를 앞둔 그는 부진한 이미지를 씻어내고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정말 제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국 야구 역사상 통산 최연소 150세이브를 달성했지만 마무리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가을 무대에서 자신의 역할을 명확히 인지하고 있었고 그 약속을 지켜냈다.

정해영(25·KIA 타이거즈)은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신한 SOL KBO 포스트시즌 PO(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5회말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⅔이닝을 실점 없이 막아냈다.

5회 1사까지 단 한 명의 타자만 내보냈던 선발 투수 제임스 네일이 돌연 헤드샷 퇴장으로 물러났고 다급해진 이범호 감독이 감독이 가장 먼저 찾은 건 바로 정해영이었다.

2020년 1차 지명으로 KIA 유니폼을 입은 정해영은 첫 시즌부터 필승조로 활약하더니 이듬해 마무리로 변신해 34세이브, 2022년엔 2년 연속 30세이브를 달성했다.

2024년엔 구원왕(31세이브)에 올랐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지난해에도 27세이브를 수확했다. 올 시즌 2개의 세이브를 더하며 KBO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150세이브를 달성한 투수가 됐지만 그 자리를 오래지키지 못했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2사 1루에서 삼성 이재현을 삼진으로 돌려세운 후 주먹을 불끈 쥐며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정해영의 부진, 후배들의 성장과 맞물려 마무리 자리를 넘겨줘야 했다. 55경기에서 50이닝을 소화하며 4승 2패 2세이브 11홀드를 기록했으나 평균자책점(ERA)은 6.12에 달했다.

준PO에서 1이닝 무실점 호투를 펼친 그는 PO 시작을 앞두고 취재진과 만나 "구위 자체는 시즌 막판부터 좋았다고 생각한다. 야구는 실투 싸움이라고 생각하는데 실투가 많아 장타나 실점으로 연결이 됐다"며 "포스트시즌 땐 구위도 구위지만 실투를 안 던져야지 제가 이길 확률이 높기에 최대한 실투를 줄이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 시즌은 스스로도 할 말이 없었다. "올해는 실점도 많이 하고 기록도 많이 안 좋아서 저도 모르게 주눅이 좀 들었는데 (전)상현이 형이나 (양)현종 선배님이나 (이)태양 선배님이나 항상 좋은 이야기 해주셔서 무너지지 않고 끝까지 완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번 포스트시즌에는 조금이라도 정말로 도움이 되고 싶어서 준비를 잘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도 답답한 시즌이었다. 정해영은 "올해는 정말 기대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이었다. 욕도 먹었지만 잘할 때는 칭찬도 받았다. 결국 잘해야지 저도 멘탈도 좋아질 것"이라며 "우선은 너무 미안하게 생각했다. 정말 후반기부터 너무 미안하게 생각했지만 결과가 안 좋았기 때문에 이번에 나가면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2년 전 우승을 함께 일궜으나 지금은 적으로 만나게 된 최형우(삼성)의 한마디가 큰 힘이 됐다. 정해영은 "2년 전 한국 시리즈 때 형우 선배가 저한테 항상 해줬던 이야기인데 '무조건 힘 있으면 힘으로 붙어라'라고 하셨는데 그 말이 이번 포스트시즌 때 많이 떠오른다. 저도 어떻게 보면 힘으로 붙는 투수이기 때문에 체력을 잘 만들어서 힘으로 붙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1차전 네일이 물러난 뒤 가장 중요한 순간에 마운드에 올랐다. 네일 다음 등판을 준비하고 있었지만 투구수가 57구에 불과했기에 충분히 몸을 풀 시간은 없었다. 안타를 맞고 승계주자의 득점을 허용했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분위기가 완전히 뒤바뀔 수 있는 순간 흐름을 끊어냈다는 것이었다. 이재현과 11구 승부 끝에 바깥쪽 코스의 슬라이더를 통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내고 이닝을 마쳤다.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KIA 타이거즈 정해영이 26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와 2026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PO) 1차전 5회말 1사 1루에서 구원 등판해 역투하고 있다.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경기 후 이범호 감독은 "가장 급하게 나온 투수가 흔들리기 쉬운데 해영이가 올라가면서 (이)의리와 (성)영탁이도 바로 준비시킬 수 있었다"며 "해영이가 공 몇 개 안 던졌는데도 스피드는 최상으로 올라왔고 6회쯤 올라갈 수 있다고 준비한 게 1점으로 흔들림 없이 잘 막아내고 이후 투수들이 잘 막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칭찬했다.

마음가짐이 남달랐다. 정해영은 앞서 "정규 시즌이랑 완전히 다른 것 같다. 2년 전에는 저희가 기다리는 입장이었는데 올해는 저희가 도장 깨기 하듯이 올라가는 입장"이라며 "그래서 제가 정말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많이 책임감을 갖고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 약속을 1차전에서 지켜냈다. 시즌 중 부진을 팬들의 뇌리에서 지워내야 하는 이유가 또 있다. 포스트시즌 성적과는 별개로 시즌을 마무리하면 국군체육부대(상무)에 입대하기 때문. 정해영은 "부진한 이미지를 벗겨낸 뒤 군대를 가고 싶다. 그럴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 그 기회를 꼭 잡도록 하겠다"며 "올해 KIA 옷을 입고 던질 경기가 많으면 3,4경기, 적으면 한 경기일텐데 잘 마무리하고 가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고 1차전에서 그 약속을 지켜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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