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인칼럼]금감원의 `이순철 파동`
늘 그렇듯 처음엔 아무 것도 아닌 일이 역사를 바꿔놓곤 한다. 조그만 물줄기 하나가 큰 강을 만들고, 사소한 인연으로 운명이 달라지곤 한다. 사랑도 그렇고, 인생도 그렇고, 역사도 그렇다. 자연도 마찬가지다.
몇 년전 유행했던 우스갯소리 하나를 `리바이벌'해보자.
염라대왕 앞에 세 명의 `억울하게 죽은' 사나이가 섰다. 이들은 같은 아파트 같은 동 7,8,9층에 살고 있었다. 8층 남자의 사연은 이랬다.
"사랑하는 마누라를 놀래키려고 출근길에 꽃다발을 사들고 집으로 되돌아왔죠. 그런데 이게 웬 일,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보니 낯선 남자의 신발이 보였습니다. 방에는 반쯤 벗은 집사람이 앉아 있고…. 눈에 불이 켜졌습니다. 이리저리 `그 놈'을 찾았죠. 드디어 베란다 난간에 매달려 있는 놈을 발견했습니다.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떨어뜨리고 내려다 보니…. 화단 나무에 걸려 아직 숨쉬고 있는 게 아닙니까. 집어던질 게 없을까 둘러보니 마침 냉장고가 있었습니다. 젖먹덕 힘까지 동원해 냉장고를 놈의 머리위로 던졌는데…. 이런, 냉장고 전선줄이 제 발목을 감는 바람에 저까지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대왕님 앞에 선 것입니다. 정말 억울합니다."
7층 남자도 억울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는 `백수'입니다. 그날도 마누라와 애들 아침먹여 내보내고 신간 만화책을 빌리러 나섰습니다. 그런데 우연히 바로 위층 여자를 만났죠. 평소 추파를 보내던 여잡니다. `커피 한잔하자'며 8층으로 갔습니다. 분위기가 무르익어 안방으로 들어가 막 옷을 벗는데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어디 숨을 곳 없을까, 간신히 냉장고에 들어갔는데…. 갑자기 냉장고가 붕 뜨더니 `쾅' 눈 떠보니 여기였습니다."
이어 9층 남자의 사연.
"베란다 난간에 올라가 유리창을 닦다 헛발을 짚어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운좋게 8층 난간을 붙잡았습니다. 간신히 매달려 있는데 한 남자가 나타나 `이 놈 죽어봐라'하면서 내 손가락을 하나씩 펴서 떨어뜨리는게 아닙니까. 이번엔 화단의 나무에 걸렸습니다.`휴'하고 한숨 돌리는데 다시 위에서 냉장고가 떨어져서 그만…. 정말 억울합니다."
최근 벌어진 금융감독원 인사파동의 주역들을 이 우스갯소리에 대입해 보면 어떨까.
이근영 위원장에서부터 이순철 부원장보, 정기홍-강권석 부원장, 그리고 이순철 부원장보가 국민은행으로 나가면 그 자리에 올라가기로 했던 사람까지. 모두들 몹시 억울할 것이다. 할말이 태산일 것이다. 내탓 네탓을 따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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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사자들이 겪었을, 그리고 앞으로 겪게 될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심심한 위로를 표하면서….
이번 사소한 `파동'이 역사의 큰 물줄기를 바꾸는 전조가 되길 기원해 본다. 음모의 냄새가 가득한 `관치인사'의 종언. 모두에 밝혔듯 처음엔 아무것도 아닌 일이 역사를 바꾸는 법이다. 금감원 사람들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런 `말도 안되는' 파동이 잦다보면 결국은 `꿀단지'가 깨진다는 걸.
흔히 축구장에서 `헛발질'을 한 선수들은 이중고를 겪게 마련이다. 관중석의 야유와 조소, 그리고 내부 팀원들로부터의 원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