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다우 104p↓ 나스닥 45p↓

[뉴욕마감]다우 104p↓ 나스닥 45p↓

뉴욕=정희경 특파원
2002.05.10 05:53

[뉴욕마감] 일제하락

[상보]

'시스코 랠리'는 예상대로 단발에 그쳤다. 세계 최대 네크워킹 장비업체 시스코 시스템즈의 실적 호재에 열광했던 뉴욕 주식시장은 폭등 하루 만인 9일(현지시간) 하락세로 돌아섰다.

기업 실적 개선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국제 유가의 중대 변수인 중동 사태가 다소 악화조짐을 보이는 한편 탄저균 테러 우려 등 해묵은 악재까지 언뜻 고개를 들면서 투자자들은 흥분을 가라앉혔다. 전달 상승폭이 워낙 컸던 탓에 낙폭이 상대적으로 작아 보였으나 랠리 지속은 '신기루'로 가닥이 났다. 다만 잇단 악재에도 거래량이 줄어 들며 급락하지 않아 '제한적인 반등'의 기대감은 남긴 하루였다.

블루칩 중심의 다우 지수는 104.41포인트(1.03%) 내린 1만37.42로 마감했다. 첨단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전날의 영웅이었던 시스코를 비롯, 기술주들이 줄줄이 고개를 숙이면서 45.81포인트(2.7%) 하락한 1650.48을 기록했다. S&P 500 지수는 15.84포인트(1.45%) 떨어진 1073.01로 장을 마쳤다. 러셀 2000 지수는 8.37포인트(1.64%) 내린 501.38로 간신히 500선에 턱걸이 했다.

이날 증시는 출발부터 약세였다. 이스라엘이 지난 주말 자살폭탄 테러를 응징하기 위해 팔레스타인의 가자지구로 탱크를 이동시켰다는 소식에 유가가 급등세를 보였고, 경제지표 역시 혼재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어 낮 12시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우편처리시설에서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인 편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낙폭을 늘렸던 증시는 이후 반등을 추진하다 결국 일중 저점 수준에서 마감했다.

업종별로는 전달과 반대로 금을 제외하고는 일제히 하락세였다. 전날 11% 급등했던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전종목이 하락한 가운데 3.61% 떨어진 503.48을 기록했다. 세계 최대 반도체 업체인 인텔이 2.6% 떨어졌고,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는 6.7%,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은 1.17% 각각 하락했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 11억 5000만주, 나스닥 17억5000만 주로 전날보다 크게 줄어들었다. 두 시장 모두 하락 종목이 상승 종목을 배 많았다.

이날 국제 유가는 중동 긴장감 고조로 오전 급등했으나 단기 급등에 따른 반발 심리로 소폭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6월 인도분은 이날 뉴욕 상품거래소에서 한때 배럴당 28.2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날 보다 17센트 내린 27.6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경제 지표 가운데 주간 실업수당 신청자수는 지난 한 주간 예상보다 큰 폭인 1만1000명 줄어든 41만1000명으로 집계됐다. 반면 4월 수입물가는 유가 급등세로 1.4% 상승했다. 이는 2000년 6월이후 가장 큰 폭이다. 석유 부문을 제외하면 수입물가는 0.4% 올랐으나 총 1.4% 상승 자체는 전문가들의 예상치 0.5%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소매업체들의 4월 판매가 의외로 부진했다는 점도 악재가 됐다. 세계 최대 소매업체인 월마트는 4월 동일점포 판매가 3.3% 늘어나는데 그쳤다고 이날 발표했다. 부활절 연휴가 지난해 보다 빠른 3월로 앞당겨지고 기상이 악화한 점이 작용했으나 전문가들의 기대에 못미치는 실적이다. 타깃 등 경쟁업체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에 따라 월마트가 2.5%, 타깃이 5.17% 떨어지는 등 관련주 대부분이 하락했다.

소매 매출 부진은 경제 회복 속도를 다시 한번 의심케 했다. FRB는 지난 3월 19일 경제가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고용사정, 증시, 유가 등이 소비 심리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려해 금리 인상을 유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당시 위원들은 만장 일치로 정책기조만 '경기부양'에서 '중립'으로 수정하자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

이날 FRB에 보내진 우편물에 탄저균이 포함됐다는 소식도 좋지 못한 소식이었다. FRB는 워싱턴 본부 건물 옆 우편처리시설에 접수된 20여통의 편지가 탄저균 양성반응을 보였다고 밝혔다. 분말이나 수기 등 연방수사국(FBI)이 의심할 만한 테러 징후는 없었으나 문제의 편지가 앨런 그린스펀 의장을 포함해 각기 다른 인사에게 보내진 것이어서 증시는 일시 흔들렸다.

종목별로는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패자인 하루였다. 시스코는 전날 24% 폭등했으나 이날 3.2% 하락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모간스탠리가 투자 의견을 '비중 축소'에서 '중립'으로 상향조정했으나 기술주 하락 분위기에 눌려 3.19% 떨어졌다. 마이크로소트프가 5.18%, 제너럴 일렉트릭은 4% 각각 하락했다.

세계 최대 컴퓨터 업체인 IBM은 경기 회복 지연에 따른 비용절감 차원에서 이달 말 직원 10%를 감원할 것이란 소식에 겹치며 3.06% 하락했다. IBM의 감원은 기업들이 감원 등 비용절감을 통해 순익 목표 달성을 시도하고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자, 4월 6.0%로 높아진 미 실업률이 쉽게 하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미국 2위의 장거리 전화사업자인 월드컴은 신용등급이 '정크본드' 수준으로 떨어진 여파로 6.5% 급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무디스는 월드컴의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Baa2'에서 'Ba2'로 3단계 떨어뜨렸다. 'Ba2'는 투자부적격(정크) 등급에서 두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무디스는 월드컴의 영업 실적 악화와 막대한 부채 부담 등을 반영해 등급을 낮췄다고 설명했다.

세계 2위의 자동차 업체 포드는 주주총회에서 올해 손익 분기점을 맞추겠다는 실적 목표를 재확인, 한때 상승하다 0.38% 하락한 15.94달러에 마감했다. 포드 회장 겸 최고경영자인 빌 포드 2세는 올해 실적 목표 달성을 위한 궤도에 이상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증권주들이 UBS워버그가 골드만 삭스, 메릴린치, 모간 스탠리 등의 올해와 내년 순익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여파로 줄줄이 약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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