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공적자금에 대한 오해

월드컵으로 좁아진 신문 지면 속에서도 최근 공적자금 문제가 가끔 등장하고 있다. 정부가 하는 일이 국민에게 제대로 신뢰를 주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는 하나 공적자금만큼 오해와 우려를 자아내고 있는 경제정책이 또 있을까 하여 소회를 적어 본다.
첫째, 공적자금의 회수율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현재 예상되는 회수율은 약 30%로 일본의 17%에 비하면 낮은 것은 아니다. 정부가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나 회수율 제고를 위한 정책수단이 별로 없는 것이 문제이다. 104조원 조성된 공적자금은 네 가지 부문에 투입되었다. 그 중 청산한 은행 예금 대지급분, 부실 금융기관 매각시의 순자산 부족액 보전분은 투입자금의 성격상 회수가 원천적으로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부실 채권 매입분과 부실 은행에 대한 증자분은 회수가 가능하다. 따라서 공적자금의 회수율을 높이자면 부실 채권이 ‘부실’을 벗어야 하고 은행 민영화를 통해 출자자산을 회수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기업 부실을 해소할 능력까지 있는 것은 아니니 남는 것은 제 값을 받고 은행 민영화를 추진하는 길 뿐이나 이 역시 정부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면에서 공적자금의 회수는 경제개혁의 결과 우리에게 덤으로 주어진 것이다. 따라서 정부에게 회수율이 낮다고 질책하기 보다는 4대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라고 하는 것이 옳다. 정책수단이 없는 정책목표를 무리하게 강조하는 것은 결국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둘째, 공적자금의 상환부담에 대한 우려가 있으나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다만 공적자금 상환이 매년 약 20조원씩 향후 4년 동안에 집중돼 있음을 고려할 때, 그 부담을 차환발행을 통해 현 세대와 미래세대가 나눌 필요는 있다. 즉 공적자금 상환부담을 국채로 전환하고 15~20년씩 만기를 연장해 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급부족으로 발전이 지체되어 있는 장기 채권시장을 육성하는 부수적인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한편 이와 같이 국채가 증가해도 중앙정부 채무와 정부보증 채무를 합한 국가부채는 2001년말 현재 약 220조원으로 GDP의 40.4%에 달하는 수준이어서 크게 우려할 정도는 아니다. 공적자금이 아니었더라면 당장 145만명의 국민이 26조원의 예금을 지급받지 못했을 것이며 금융기관의 파산으로 인한 경제적 피해가 극심했을 것이다.
셋째, 금융기관에도 예금보험요율을 높이는 형태로 공적자금의 부담이 전가돼야 한다고 본다. 사회보험에서도 ‘도덕적 해이’를 제어하는 수단으로 경험요율제(experience rating system)라고 하여 많은 보험금 지출을 유발한 가입자에게는 높은 보험료를 내게 하고 있다. 금융기관이 공적자금이라는 희대의 보험금을 받았으니 한시적으로라도 보험료를 더 내는 것은 일리가 있다.
만약 금융기관이 보험료를 추가 부담하면 그 영향은 예대금리에 전가되던지 주가 하락으로 나타난다. 현재의 주주들이 공적자금의 수혜자가 아닐 경우 주가 하락은 주주에게 억울한 결과를 초래한다. 반면 예대금리에 전가될 경우에는 대체로 공적자금의 수혜자였던 금융기관 이용자들이 그 부담을 공유하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따라서 정부는 금융기관이 예대금리를 조정하는 데에 관대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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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금융기관으로서는 파산 위험이 과거에 비하여 오히려 감소하였는데도 보험료를 더 내라면 좀 억울할 수 있다. 그러나 공적자금의 수혜자인 은행과 은행 이용자들이 그 상환부담에 동참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생각된다. 공적자금에도 수익자 부담원칙이 적용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