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이너스옵션 제도화를

[기자수첩]마이너스옵션 제도화를

송복규 기자
2002.06.28 15:06

[기자수첩]마이너스옵션 제도화를

지난 5월 입주를 시작한 서울 영등포동 A아파트에 입주는 박모씨는 최신식 씽크대를 들여놓기 위해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씽크대를 뜯어냈다. 방배동 B아파트에 입주한 김모씨 역시 욕조와 주방용품 일부를 개조하느라 이미 설치된 제품을 쓰레기장에 버리는 번거로움을 겪어야 했다.

최근들어 새로 입주하는 아파트 단지마다 어김없이 쓰레기아닌 쓰레기 때문에 이처럼 전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 곳곳에서 연출되고 있다. 이사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쓰레기가 아닌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새 마감재와 가전제품들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분양 당시만해도 최신 유행이던 내부 인테리어 시설들이 입주 시점엔 이미 구식이 돼 있기 때문.

입주하자마자 뜯어내는 내부 마감재나 빌트인으로 제공받는 붙박이 가전제품들은 공짜가 아니다. 모두 아파트 분양가에 포함돼 있다. 때문에 입주자 입장에선 이중으로 돈을 들이는 셈이다.

자원낭비와 환경파괴 문제도 심각하다. 기존에 사용하던 멀쩡한 제품들을 모두 버려야 하기 때문에 불필요한 쓰레가기 남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엄청난 사회비용의 낭비를 초래하는 이 같은 현상을 이제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기본 골격만 갖추고 내부 시설이나 인테리어는 입주 직전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마이너스 옵션제를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여러 건설업체가 마이너스 옵션을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자원낭비 등의 문제 해결보다는 정부의 분양가 규제를 피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어 안타깝다.

또 현재로서는 마이너스 옵션 부분에 대한 하자보수 책임이 명확하지 않아 입주자들의 피해도 우려된다. 무엇보다 분양가를 낮추고 자원낭비도 막을 수 있는 마이너스 옵션의 제도화가 시급하다. 물론 마이너스 옵션의 해당 범위와 하자보수 책임 등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기본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