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美증시, 남의 일 아니다.
미국의 비즈니스위크지는 미국 자본주의가 독점금지법 시대 (Trustbuster era) 이래 최대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미국 증시도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시스템이 투명성 측면에서 최고라고 믿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를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지나칠 수는 없는 일이다.
도전과 응전에 의해 역사는 흘러간다는 사실이 자본주의의 발달과정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자본주의의 속성상 자유경쟁에 모든 것을 맡기면 빈부의 격차가 심해지고 이는 필연적으로 독점자본의 출현을 예고한다. 독점 자본가들의 폐해를 줄이고 기업경영의 합리성을 도모하고자 고안된 제도가 경영과 소유의 분리이다. 경영과 소유의 분리에 따르는 전문경영인 및 주주들의 이해상충을 해소하기 위하여 스톡옵션이 등장하게 되었다. 지금 이 스톡옵션을 매개로 한 과다한 경영자 보수가 미국 증권시장을 붕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기관투자자 및 소액투자자를 위시한 주주, 사외이사를 포함한 경영진 그리고 종업원 모두에게 주가는 무엇보다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이 되었고 이를 올리기 위해서는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는 것이 미국 이라는 주식회사이다. 이런 배경 하에서 터져 나온 사건들이 작금 미국기업들의 분식회계다.
전문경영자들을 감시하고 견제하여야 할 이사회는 주가가 오르면 자기 자신들의 이익도 증대되니까 견제와 감시기능을 망각하고 있다. 증권분석가 및 회계법인들까지 연루된 총체적 부정이 지금 미국 주식시장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상실을 초래하고 있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에 관한 한 우리나라는 아직 갈 길이 멀다. 기업경영의 투명성 부족이 IMF 구제금융을 초래하였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하고자 지금까지 부단히 노력하였으나 미국의 PWC社는 2001년 우리나라 기업의 경영투명성을 조사대상 35개국 중 31위로 냉혹하게 평가하고 있다.
미국식 제도와 관행을 받아들이기만 하면 우리나라의 경영투명성이 올라 갈 줄 알고 이의 모방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였으나 우리가 지향하는 미국에서 불거져 나오는 사건들을 보면서 우리는 어찌해야 할지 가슴이 답답해진다. 대우그룹 12개 계열사가 22조 9천억 원의 순자산을 과대 계상한 사건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에 관한 한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우월하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분식회계에 관한 유인을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가 갖고 있어 분식회계를 방지하기 위한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적용될 수 없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따라서 시장에서 자율적으로 해결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고 규제를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미국은 공적기구인 SEC와 사적기구인 FASB가 상호 협력하여 회계규제업무를 수행하였지만 지금보다 강력한 규제기구인 공공회계국(Public Accountability Board)의 설치를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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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시장이 투자자의 신뢰를 상실하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이 뻔하다. 당장 분식회계의 폐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하여 우리의 증시는 분식회계와 관계가 없다고 자만해서는 아니된다.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감독당국은 우리나라에도 미국과 같은 사건이 발생할 우려가 없는 지 미리미리 점검해 보고 이에 대한 대비책을 수립하여야 한다. 누구나 알고 있는 평범한 사실을 하나씩 실천하는 것이 바로 히딩크식 리더십을 따르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