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박승 총재와 한은..
박승 한국은행 총재가 9일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박 총재 취임 100일을 맞아 한은은 그의 업무 추진실적에 대한 자료를 냈다. 시장과 교감할 수 있는 정책을 운용하고 경제예측 및 분석기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한은의 평가처럼 박 총재는 취임후 튀는 언행으로 주목을 많이 받았다. 첫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한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시장은 금리인상에 대비해야한다'고 발언, 금융시장에 충격파를 던졌고, 디노미네이션(화폐단위절하), 고액권 발행, 통일후 화폐 문제 등도 중장기과제로 검토하겠다고 밝혀 세인의 주목을 받았다. 이에 대해 중앙은행 총재가 너무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부정적 평가도 있지만 '한은 총재는 이렇게 해야 한다'는 고정 관념을 깬 사람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얻고 있다.
그럼 박 총재 취임후 한국은행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총재가 워낙 적극적으로 일을 추진하기 때문에 직원들이 해야 할 일도 그만큼 많아지고, 조직이 변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보도자료를 포함, 한은이 발행하는 보고서를 보면 한은은 여전히 자기만의 개성이나 색깔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많은 내용을 보고서에 담았지만 돋보이는 주장도 없고, 심지어 주장하고자 하는 바가 뭔지 분명하지 않은 때도 많다. 통화정책의 수립과 집행을 위해 많은 것을 모니터링하는 중앙은행의 조사분석 자료에서 시장의 관심을 모을만한 어떤 주장이 없다는 게 이해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한은 직원들은 "중앙은행은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곳으로 보고서를 통해 어떤 주장을 밝힐 수는 없다"고 설명한다. 또 일부 직원은 "중앙은행은 경제계의 법원이기 때문에 함부로 의견을 밝혀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직원들간의 활발한 의견 개진이 있어야 좋은 정책결정이 나올 수 있다. 시장과 경제의 흐름과 이슈, 정책틀에 대해 전문성과 개성이 물씬 풍기는 참신한 보고서가 많이 나올때 비로소 중앙은행은 시장과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신중함이 곧 몸을 사리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