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증시투명성과 기관투자자

[기고]증시투명성과 기관투자자

우재룡
2002.07.23 12:39

[기고]증시투명성과 기관투자자

[편집자주]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대표

불투명한 기업회계가 미국시장을 뒤흔들어 놓고 있다. 몇몇 기업의 회계스캔들로 인해 미국 증시가 연일 새로운 기록을 경신하며 폭락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 증시의 영향을 받은 세계 여러 나라의 증시도 몸살을 앓고 있는 지경이다. 이 때문에 최근 증시에서의 최대 화두는 ‘기업에 대한 신뢰성 회복’이랄 수 있다.

우리나라 증시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연일 주가폭락으로 종합주가지수 700선 마저 위협받자 정부가 부랴부랴 나서서 시장안정화 대책을 내놓았다. 그런데 시장안정화 대책에는 기업연금의 도입이나 금융기관 적기시정조치 완화와 같은 중장기적인 수요촉진책만 있을 뿐 기업투명성 제고를 위한 조치는 빠져있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국 기업보다 투명성이 높지 않다는 점에서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이 그 어느 때보다 시급한 실정이다.

우리나라 증시에서 기업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적은 것은 단기투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내 증시의 단기 등락은 과히 세계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데 이는 투자자들의 지나친 단기투자 때문이다. 투자신탁의 경우 자금의 속성상 1년 이내로 짧게 투자하는 투자자들을 유치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투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연기금이나 은행, 보험사들 역시 주식투자비중이 매우 낮으며 연간 단위로 운용실적을 평가 받아 하기 때문에 중장기 투자는 머나먼 이야기로 여기고 있다. 개인투자자 역시 장기투자는 생각해본 적도 없을 정도로 단기투자에 익숙해져 있다.

사이버거래비중과 데이트레이딩 비중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사실은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이렇듯 단기투자가 주를 이루는 시장에서는 기업의 투명성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 밖에 없다. 기업의 투명성보다는 단기 호재에 따른 주가상승을 노려 종목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결국 증권시장에 장기투자가 많아야 기업의 투명성이 높아질 수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러한 역할을 투자신탁이나 연기금과 같은 기관투자가들이 하고 있다. 인구의 노령화를 대비한 저축이 보편화되면서 기관투자가들이 연금자산 위주의 장기투자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베이비 부머들의 노령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1980년대 이후 기업연금이나 개인연금과 같은 사적연금(private pension) 위주로 투자자산이 대폭 증가하였다. 연금자산의 상당부분은 장기 투자에 적합한 주식에 집중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인덱스펀드와 같은 소극적 투자(passive investment)와 저평가 주식의 발굴과 같은 적극적 투자(active investment)가 균형되게 활성화됐다. 미국의 대표적인 확정갹출형 기업연금은 주식투자 비중이 65%대에 달할 정도로 적극적으로 운용되고 있다. 최근의 주가하락으로 펀드의 환매가 증가하며 기업연금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지만 여전히 장기투자라는 측면은 유지되고 있다.

이렇게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매우 적극적으로 노력하게 된다. 최근 불거진 기업회계 사건처럼 조기에 그 문제점이 지적되고 개선되지 못한 점이 있지만 그래도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매우 중시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기관투자가들이 단기투자에 내몰려 있기 때문에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효율성에 대한 관심은 많이 떨어져있는 실정이다. 말로는 중요하다고 하지만 누구도 적극적으로 실천하지 않기 때문에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지 않고 있다. 이번 미국 시장의 사태를 거울 삼아 우리나라 기업의 투명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적 노력이 강화됐으면 하는 바램이다. 장기적으로는 단기투자를 지양하고 장기투자를 활성화함으로써 투명성에 대한 시장의 지속적인 관심을 증대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 경제가 투명성이 높아져 다른 나라와 차별화 되는 계기를 마련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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