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어렵고 복잡해진 채권시장

채권시가평가제가 실시된 후 채권시장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채권거래가 증가하면서 금리의 변동성이 급격하게 커졌고, 국채선물거래 및 금리스왑거래가 활성화되는 등 시장간 연계성이 높아지면서 금융시장의 선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채권시가평가 이전에 대부분 금융기관은 채권원금에 매일 정액의 이자를 붙여 가격을 계산하는 장부가 방식으로 보유채권의 가격을 계산하였다. 이에 일단 산 채권은 금리가 급격하게 내려 채권가격이 올라 시장에 팔면 큰 매매차익을 얻는 경우 말고는 대개 만기까지 보유하는 방식으로 채권투자를 하였다. 이에 따라 채권이 한번 발행되면 유통시장에서 매물로 안나오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2000년에 들어와 채권시가평가가 본격화되면서 보유채권의 가격이 매일 시장금리의 변동에 따라 변화됨에 따라 만기보유방식의 채권투자는 더 이상 먹혀 들어가지 않게 되었다. 금리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즉 채권값이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보유채권을 시장에 내다 팔아야 하고, 금리가 내려 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즉 가격상승이 예상되는 경우 선취매를 통해 추가이익을 확보하여야 한다. 채권 유통시장 거래대금이 2000년 1,850조원에서 2001년 2,900조원으로 급증한 것은 시장금리 움직임에 금융기관이 적극적으로 대응한 결과다.
최근 금리가 많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시장에서의 금리 예측이 자주 바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가평가 때문에 채권투자자들이 금리 움직임에 민감해져서 금리의 추세 변화가 예상되는 경우 채권을 빈번하게 매매하고 있기 때문이다. 채권가격이 시장금리 움직임에 따라 매순간마다 변화함에 따라 일부 시장참여자들이 주식처럼 하루동안 장중에서 채권을 사고 파는 즉 데이트레이딩에 열중함에 따라 금리변동성이 커지게 되었다.
채권시가평가 이후 펀드매니저 등 채권투자자들의 투자방식은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금리변동에 따른 채권가격의 급격한 변화를 헤지하기 위해 국채선물거래를 하거나 금리스왑거래를 통해 고정금리를 변동금리로 전환시키는 것 등이 그것이다.
이에 따라 국채선물시장거래 및 금리스왑거래가 크게 늘었고 이들 시장과 채권 현물시장간의 연계성도 크게 높아졌다. 펀드매니저들이 듀레이션(가중평균만기) 베팅과 같은 방식만으로는 금리의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좋은 투자성과를 얻기 위해서 다양한 투자기법을 개발하거나, 채권운용시스템을 구축해야하는 등 채권투자자들이 이전에 비해 바쁘고 힘들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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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0월 이후 금리가 상승하자 변동금리부채권(FRN)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고, 다양한 형태의 FRN과 옵션부채권이 발행되었다. 인버스(Inverse)FRN, 듀얼(Dual) FRN, 디지탈 채권 등 구조채권(Structured Bond)의 발행이 급격하기 늘어 발행규모가 최근에는 6조원에 이르고 있다.
이들 채권들은 파생상품을 포함한 채권으로 공정한 가치와 내재된 위험을 정확하게 평가하는 것이 쉽지않다. 듀얼 FRN의 경우 겉모습은 FRN으로 되어 있으나 실제적으로는 일반채권보다 듀레이션이 길어 금리변화에 따라 가격이 크게 움직이고 있다. 이러한 채권을 일반 FRN으로 알고 사서 곤란을 겪는 금융기관도 있다.
채권시가평가 실시로 촉발된 채권시장의 변화는 가속화되고 있다. 교과서에서나 보거나 생전 들어 보지도 못한 채권이 거래되고 있으며 투자기법이 활용되고 있다. 이제 펀드매니저나 금융기관은 금융공학 등 새로운 지식을 부단히 익히고 새로운 투자기법을 개발할때만이 이렇게 급변하는 채권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