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카드사 베끼기 출혈경쟁

[기자수첩]카드사 베끼기 출혈경쟁

서명훈 기자
2002.08.21 12:19

[기자수첩]카드사 베끼기 출혈경쟁

불과 몇 달 전 만해도 정부의 규제 정책 때문에 제대로 영업을 할 수 없다며 볼 멘 소리를 하던 신용카드사들이 과열경쟁으로 제 살을 갉아먹고 있다. 과열 경쟁은 이제 도를 넘어 카드를 발급할 때마다 적자가 발행하는 출혈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선보이는 카드사 신상품은 가맹점 수수료율이 0%인 것이 즐비하다. 가맹점의 수수료율 인하 요구가 있을 때마다 현재 수준에서 더 내릴 경우 적자를 본다며 난색을 표하던 것과 사뭇 대조적이다. 친절하게도 몸소 가맹점 수수료율을 내릴 수 있음을 보여주는 셈이다.

과열 경쟁으로 비슷한 상품을 내놓은 경우는 차지하더라도 이벤트성 행사까지 베끼는 경우도 목격된다. 한 카드사가 수재민에 대해 대금결제를 연기해 준다고 발표하자 다음날 다른 카드사에서도 똑같은 제도를 시행키로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카드사가 매년 해오던 명절맞이 무료 귀성·귀경 버스 운행 역시 다른 카드사에서 그대로 모방하고 나섰다.

독특한 아이디어를 존중해 주는 동업자 정신이 아쉬운 대목이다. 좋은 아이디어를 서로 존중해 주고 베끼기 보다 이를 뛰어넘는 상품과 행사를 기획하려는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서로 발전할 수 있다.

이처럼 과열 출혈 경쟁이 지속되는 한 카드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현금서비스를 줄일 수 없다. 현금서비스에 따른 폐해는 굳이 따로 설명하지 않더라도 카드사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카드사들이 한가지 기억해야 할 것은 지금처럼 과열 경쟁이 계속된다면 또 다시 정부의 규제가 가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그동안 문제가 됐던 무자격자에 대한 카드 발급이나 가두 회원모집, 과다 경품 지급 등이 모두 과열 경쟁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정부의 규제 때문에 제대로 된 영업을 할 수 없다는 불평을 다시 하게 된다면 그때는 누구도 카드사 입장에서 귀기울여 듣지 않을 것이다. 서명훈 기자 mhsu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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