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증권사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추진한 전자서명제도가 임기말이 돼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한 5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 셈이다.
인터넷 사회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전자서명 기반의 공인인증서가 모든 상거래에 적용될 수 있게 된 것은 뜻깊은 일이다.
하지만 이같은 제도적 변화가 각종 사고와 사건이 터지난 뒤 이뤄지고 있는 우리의 후진성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공인인증시스템이란 전자서명 기술이 적용된 새로운 개인보안 방법이다. 온라인에서 거래 쌍방을 확인한다는 점과 위변조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 거래 부인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점 등 이 제도의 장점은 많다. 그러나 인터넷 거래를 위해 반드시 개인의 PC에 공인인증서를 탑재해야 하는 점과 거래할 때마다 해당 인증서의 비밀번호를 입력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일부 금융기관들은 공인인증서를 외면해왔다. 이렇게 외면한 결과는 최근 대우증권의 델타정보통신 위장매매 사건으로 부정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대우증권이 공인인증시스템을 운영했다면 이같은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결국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이 사고가 발생한 뒤 대우증권은 지난 2일 공인인증 시스템 도입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일부 중소형사들은 고객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이미 지난해부터 공인인증시스템을 도입, 인터넷 트레이딩 시스템에 적용하고 있다. 대표적 증권사들이 신영, 신한, 건설, 동양증권이다. 하나같이 리딩그룹에 포함되지 않는 중소형 증권사들이다.
대우증권을 포함, LG투자증권, 삼성증권, 현대증권, 동원증권 등 내로라 하는 대형사들은 관심을 보이지 않았지만 앞서 말한 4개사들은 자사의 고객을 보호하기 위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다.
모든 기업이 고객 만족과 고객 최우선주의를 내걸고 영업을 하고 있지만 고객 중심의 경영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이러한 준비성에서 판가름난다. 최고의 수익성을 이 증권사들이 내고 있다는 것은 결코 우연은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