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빛바랜 축구마케팅

[기자수첩]빛바랜 축구마케팅

김양현 기자
2002.09.09 12:52

[기자수첩] 빛바랜 축구마케팅

교보생명의 대대적인 축구마케팅이 화제다. 동북아 최고의 보험사로 키우겠다는 신창재 회장의 적극적인 경영 마인드와 지난 6월 새롭게 취임해 '강한교보'를 만들겠다는 장형덕 사장의 자신감이 이루어낸 합작품이다. 장 사장은 특히 업계에서 축구광으로 소문이 나 있을 정도로 축구에 관심이 많다.

 

이를 반영, 교보는 지난 5일 히딩크와 22억원에 광고모델계약을 체결해 단일 모델료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히딩크를 모델로 기용했던 삼성카드가 다시 히딩크에게 제공한 12억원보다 10억원이나 더 많은 액수다.

 

뿐만 아니라 월드컵으로 인해 희망과 꿈을 보여줬다며 교보는 히딩크와 대표선수들에게 91억원의 종신보험에도 가입시켜 줬다. 이로 인한 보험료만 20억원이 들었다. 축구협회와도 조인식을 갖고 종신보험 20억원, 현금 20억원 등 총 40억원의 후원금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보험사 단독 공식 후원사가 됐다. 결국 교보는 축구마케팅 차원에서 80억원 이상의 사업비를 쏟아부은 것이다.

 

교보 역시 이윤창출이 목적인 사기업인 만큼 광고가 필요할 것이고 스폰서 계약도 해야 할 것이다. 거액의 광고비를 지출하더라도 그 이상의 영업성과를 거둘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태풍 루사 때문에 고통받고 있는 수재민들에게 국내 굴지의 생명보험사인 교보생명이 보여준 소극적인 대응과 지원을 감안하면 80억원 이상을 들인 교보의 축구마케팅은 빛이 바랜다.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한 계약자들의 돈을 운용하는 생보사가 이윤추구에만 관심이 많고 인간에 대한 애정을 표시하는데는 정작 소홀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내부에서 조차 제기되고 있다.

 

축구 마케팅도 좋지만 교보생명이 주연 배우가 아니라 진정한 '고객을 위한 조연'이 되기 위해서는 우리사회의 그늘진 곳에 좀더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말한다면 지나친 요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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