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무서운 강남사람들
요즘 건설교통부와 재경부 홈페이지 게시판은 정부 정책에 대한 질타와 건의내용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일방적인 비난을 쏟아내는 의견도 있지만 대부분은 서민들의 체험에서 우러나오는 소중한 의견들이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호소는 모니터 속에서만 맴돌 뿐 대답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의 눈에는 응석받이들의 칭얼거림 정도로 밖에는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네티즌들은 9.4주택시장 안정대책이 나오기 전, 보유세 누진과세 입법화를 위한 청원운동을 펼치는 등 보유세 강화를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보유세 강화는 집값을 잡는데도 효과적일 뿐만 아니라 과세 형평성 차원에서도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일이라는 주장이었다.
9일 발표된 건교부 자료도 재산세와 토지세 부과의 왜곡이 얼마나 심한지 보여준다. 똑같은 3억4000만원짜리 아파트의 경우 강남 대치동 아파트는 7만5000원의 보유세를 내는 반면 노원구 하계동 아파트는 41만3000원을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못사는 강북 사람이 잘사는 강남사람보다 평균 5.5배의 세금을 더 내는 셈이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9.4대책에서 보유세 과세를 내년 상반기부터 단계적으로 상향하는 것으로 얼버무렸다. 조세저항 때문에 급작스럽게 올리기 힘들다는 변명아닌 변명을 달았다. 달리 말하면 힘있는 강남사람들의 저항이 무섭다는 것이다.
과연 강남사람들의 저항이 무서워 보유세를 올리지 못하겠다면서 내놓은 집값 안정대책도 대책이라 할 수 있는지. 강남보다 5.5배의 세금을 더 내고 사는 강북사람들은 조세저항도 못하는 무지랭이들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홈페이지에 게시글을 올리는 네티즌들은 그나마 정부에 기대를 거는 서민들이다. 정부는 아직도 애정을 가지고 있는 수많은 서민들의 기대를 꺾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