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장 흔들기'

[기자수첩] '은행장 흔들기'

강기택 기자
2003.03.04 12:57

[기자수첩] '은행장 흔들기'

정부가 지분을 갖고 있는 은행의 행장 추천위원회에 공익위원을 추천하는 방식으로 참여하겠다고 밝히자 금융계는 떨떠름해 하고 있다. '경영 자율성' 운운할 때는 언제고 노무현 대통령까지 임기존중 의사를 밝힌 마당에 은행의 행장 선임에 간섭하는 것이 못마땅하다는 표정이다.

 

물론 정부가 지분을 보유한 외환, 조흥은행장은 선임된지 채 1년이 안됐으며 우리은행장도 1년의 임기가 남아 있으므로 행장 선임방식이 바뀐다고 해서 오는 3월말 예정된 은행 주총에서 당장 행장이 교체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기존 행추위 방식을 통해 간접적으로 개입하던 데서 나아가 직접 행추위원을 추천하겠다고 나선 정부의 의도에 대해 금융계는 새 정부가 출범하면 관행처럼 은행장을 갈아치던 '관치'의 경험을 망령처럼 떠올리고 있다.

 

더군다나 젊은 부총리 기용에 따른 고위직 퇴직관료들의 자리 마련이 거론되는 시점이라서 정부의 은행장 선임과 관련된 권고가 은행들에게는 권고이상으로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3월말로 예정된 이들 은행에 대한 감사원 감사에서 꼬투리를 잡아 은행장을 바꾸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행추위 방식에 손을 대겠다고 나서면서 은행원들 사이에 행장 교체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며 "행장 교체설이 나돌수록 은행장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고 경영실적에 악영향을 끼쳐 결국 대주주인 정부도 손실을 입는 상황이 초래된다"고 지적했다.

 

또 외국인 투자자들이 정부 보유 은행의 지배구조로 인해 경영의 연속성이 깨지고 기업가치가 파괴되는 것을 우려, 투자를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며 대주주로서 은행의 가치를 높이고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려면 오히려 정부개입을 더 줄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은행권은 관계나 정치권에 앞서 40대 은행장 탄생 등을 통해 국제적 감각을 갖춘 젊은 행장들이 기용되며 이미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은행장 흔들기'는 이같은 세대교체에 역행하는 것이며 '은행 흔들기'를 넘어 '경제 흔들기'가 될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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