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전 '4%' 물가 악몽 그대로?...기업들 "더는 못 버틴다"

15년전 '4%' 물가 악몽 그대로?...기업들 "더는 못 버틴다"

정진우 기자, 차현아 기자, 이병권 기자
2026.04.19 08:00

전쟁 청구서, '물가' 쓰나미가 온다...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에 2011년 '물가 쇼크' 우려

연도별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연도별 소비자물가지수와 생활물가지수 추이/그래픽=이지혜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이 완화하면서 '종전' 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유통·식품기업들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제유가와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상승한 불안한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 지 섣불리 예상할 수 없어서다. 일각에선 전쟁이 끝나도 원재료 확보부터 제품 생산까지 시간이 걸리는 탓에 생산원가 부담이 상당기간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수입물가지수(원화 기준)는 169.38로 전월 대비 16.1% 급등했다. 이는 1998년 1월(17.8%) 이후 28년 2개월 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이처럼 수입물가가 오를 경우 통상 2~3개월 후 각종 소비재에 전가된다.

업계에선 15년 전인 2011년 '아랍의 봄' 등 중동 사태때 고물가 위기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당시 리비아 내전과 이집트 정권 교체, 이란 대규모 시위 등으로 지정학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

그때 중동발 리스크로 국제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는 등 에너지 공급망이 마비됐고, 국내 경제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다. 정부는 급등하는 기름값을 잡기 위해 리터당 100원 저렴한 '알뜰주유소'를 도입했다. 결국 에너지 가격 불안 등으로 2010년 2.9%를 기록한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만에 4%까지 치솟았다. 라면과 쌀, 고기 등이 중심인 생활물가지수는 4.4%를 기록했다.

[서울=뉴시스]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이 공해 상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공개적으로 이란 해역에 진입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사진=유세진
[서울=뉴시스]미국의 제재를 받은 이란의 초대형 유조선이 공해 상과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해 공개적으로 이란 해역에 진입했다고 이란 반관영 파르스 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사진은 호르무즈 해협. /사진=유세진

올해 1분기가 막 지난 현재 시점에서 2011년과 비슷한 흐름이 감지된다. 재정경제부가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4월호)'에 따르면 3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2.2% 오르며 전월(2.0%)보다 상승폭이 확대됐다. 물가상승 압력이 생산자물가를 거쳐 소비자물가로 전이될 경우 15년전 '4%대 물가 악몽'이 현실화될 수 있다.

수입 원재료 비중이 높은 유통·식품업계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인데 수입 비용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 결국 생산 원가 부담으로 제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 해외에서 원부재료를 수입해 만드는 라면과 과자, 베이커리 등 가공식품부터 생선과 고기 등 수입 신선식품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은 지금도 배럴당 100달러 안팎의 국제유가와 1500원선을 오가는 원/달러 환율 등으로 가격인상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 정부가 민생경제 안정을 위해 가격을 누르고 있는 상황이지만 기업들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진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공급망 불안에 환율 효과까지 겹쳐 원가 절감만으론 대응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가격을 올릴 수 없는 환경에서 유가와 환율 등 외부 충격이 계속되면 경영상 큰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정진우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입니다.

차현아 기자

정보미디어과학부, 정치부를 거쳐 현재 산업2부에서 식품기업, 중소기업 등을 담당합니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현장에서, 경제와 정책,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순간을 기사로 포착하고자 합니다.

이병권 기자

머니투데이 금융부를 거쳐 지금은 산업2부를 출입하고 있습니다. 우리 생활과 가까운 기업 이야기를 전달합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