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오죽했으면 아버지까지..
최근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이라크 전쟁에 대한 미국내 지지율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는 뉴욕타임스와 CBS뉴스의 조사 결과는 놀랍다. 그러나 그 이유가 연일 벌어지는 부시 행정부의 전쟁 강의 덕분에 '개안'을 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발목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유엔의 갑갑한 처사에 대해 공분을 느낀 탓이란 해석은 더욱 놀랍다.
애국심이란 이런 걸까. 멀리 있을 때는 몰라도 막상 눈앞에 닥친 외환(外患) 앞에서는 무조건 똘똘 뭉치고 보는 게 제 나라의 국민된 도리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그러나 잘만 하면 미국내 반전 여론 덕분에라도 전쟁은 피할 수 있겠다는 일말의 희망은 멀어지는 듯하다.
현재 미국의 진로를 막아선 최대 방해꾼은 프랑스와 러시아다. 양국이 '전쟁 결의안'에 실제로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세계 최강 미국에게는 뼈아픈 일격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미국이 맛볼 지 모를 쓰라린 '굴욕'은 미국의 패권주의와 일방주의가 낳은 자업자득이라는 지적은 설득력이 있다.
러시아(구 소련)는 1945년 유엔 창설 후 지금까지 총 120회의 거부권을 행사, 이 부문에서 단연 선두다. 미국은 76회로 한참 밑이지만 근래들어 거부권을 남발, 국제사회의 눈총을 사고있다. 더욱 특기할만한 사항은 역대 미국이 행사한 거부권의 절반에 가까운 35회가 중동에서 이스라엘의 횡포를 견제하려는 유엔의 제재 조치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점이다.
이는 미국이 얼마나 필사적으로 이스라엘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는 지를 방증해준다. 언제나 세계 평화와 안보를 내세워 국제 분쟁, 특히 중동 분쟁에 관여해온 미국이다. 그러나 실상은 국익과 정권의 이익을 위해 노골적인 '편들기'를 서슴치 않았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임박한 이라크 전쟁은 이처럼 철저한 '당파성'으로 무장한 세계 경찰의 또 다른 일면일 뿐이다. 오죽했으면 그의 아버지가 나서 일방주의를 경고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