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행들, 뒤늦은 사태수습

[기자수첩] 은행들, 뒤늦은 사태수습

채원배 기자
2003.03.13 12:58

[기자수첩] 은행들, 뒤늦은 사태수습

대우, 현대건설, 하이닉스반도체에 이어 SK글로벌 사태가 터졌다. 언제나 그랬듯이 정부와 채권단은 뒤늦게 사태 수습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대책반을 구성하고 채권단은 주채권은행을 중심으로 바쁘게 움직인다.

"솔직히 SK글로벌이 우량 기업이어서 기업 현황 등을 제대로 분석하지 않은게 사실입니다. 정밀 실사를 거쳐봐야 부채규모를 제대로 알 것 같습니다." "이번 사태가 다른 SK계열사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입니다. 이제는 SK를 못 믿겠습니다." SK글로벌 사태에 대해 채권단 관계자들이 보인 반응들이다.

대우, 현대 사태이후 국내 은행들은 앞다퉈 기업금융에 대한 리스크 관리 강화에 나섰다. 은행들은 선진금융시스템을 갖췄기 때문에 더 이상 대우, 현대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은행들의 이같은 말은 금방 거짓말로 들통났다. SK글로벌의 분식회계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정확한 부채규모 등 재무현황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SK라는 우량 간판만 믿고 제대로 분석도 하지 않고 대출을 해 줬다는 것이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분식회계를 한 SK글로벌과 이를 밝혀내지 못한 회계법인에 있다. 하지만 은행들도 이번 사태에 상당부분 책임이 있다. '우량기업이 설마 무너지겠느냐'는 안일한 생각이 또 다시 화를 자초한 것이다.

채권단은 SK글로벌이 종합상사이기 때문에 하이닉스 등 다른 구조조정촉진법 대상 기업에 비해서는 피해가 커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의 주가는 12일 하한가로 추락했다. 은행들이 SK를 못 믿듯이 투자자들도 은행을 믿지 못하겠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준 것이다.

이날 각 은행에는 투자자들의 항의전화가 잇따랐다고 한다. "도대체 리스크 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느냐"는 것이다. 선진 금융기관은 '말이 아닌 실천'으로 보여주는 것임을 은행들이 다시 한 번 깊이 깨달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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