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또 쥐꼬리 배당
12월 결산법인들의 주주총회가 이번주로 사실상 마무리된다. 당초 올해는 기업 배당정책이 획기적 바뀌는 해가 될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기업들이 천문학적 실적을 올리기도 했고 투자도 많지 않아 주주들에게 이익금을 많이 돌려줄 것이란 기대였다.
막상 뚜껑을 열어본 주주들은 실망을 금치못했다. 상장기업들의 배당금 절대액수(총액)는 5조8846억원으로 사상최고였지만 배당성향(기업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9.1%로 지난해 21.6%에 비해 줄었다. 기업들의 배당정책은 후퇴했고 올해에도 '천문학적 실적, 쥐꼬리 배당'이 반복됐다"는 푸념이 나왔다.
국내 기업들이 배당에 인색한 것은 기업지배구조와도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재벌기업들의 오너들이 얼마되지 않는 지분을 가지고도 계열사간 상호출자 등을 활용,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다. 지분율이 낮은 오너들은 고배당을 싫어하기 마련이다. 오히려 배당을 많이 하는 것을 자기 돈이 유출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얘기다.
미국의 기관투자자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캘퍼스)은 지난 87년부터 매년 10개 정도의 기업을 '집중 감시 목록'에 올린 후 회사 개혁을 요구하는 기업지배구조 운동을 펼쳐왔다. 주가가 급락하고 기업지배구조와 회계투명성 등에 문제가 있는 기업들을 다그침으로써 미국 증시 발전에 기여했다. 하지만 국내 기관투자자들은 캘퍼스 같은 역할을 스스로 포기한 듯한 모습이다. 올해 주총 시즌을 앞두고 기관투자자들은 한국전력 등 정부지분이 많은 기업에 대해 차등배당을 요구하고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따지겠다고 했지만 결국 침묵을 지켰다.
워렌 버핏은 훌륭한 투자자인 동시에 '주주 행동주의'로도 유명하다. 그는 무리한 사업다각화를 추진한 질레트 CEO 해임을 주도했고, 코카콜라와 워싱턴포스트가 스톡옵션을 비용으로 처리하도록 회계규정을 고치게했다. 적극적인 주주가 기업과 증시를 건전하게 바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