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위기의 세계화-스티븐 로치

[특별기고]위기의 세계화-스티븐 로치

정희경 특파원
2003.03.29 11:12

[특별기고]위기의 세계화-스티븐 로치

【모간스탠리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월가의 대표적인 논객인 스티븐 로치가 '위기의 세계화'라는 제목으로 본지에 특별기고를 보내왔습니다. 이라크 전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기대가 빗나가면서 다시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로치의 기고는 독자들에게 전쟁을 넘어선 새로운 시각과 조망을 제시하고 있습니다-편집자주】

세계화가 위험에 처했다. 국제 경제는 심각한 불균형을 안고 있고, 세계는 냉전이후 가장 큰 지정학적 균열에 직면했다. 세계화가 살아 남을수 있을까.

경제 여건은 녹녹치 않다. 오일쇼크 덕분에 세계 경제는 3년새 두번째 침체에 빠질 위기를 맞고 있다. 실업은 주요 선진국에서 높거나(유럽과 일본), 상승(미국)하고 있다. 이런 주기적인 압력은 각 국이 경제를 대내적으로 접근하게 만든다. 세계화가 요구하는 대외 지향과 반대다.

이미 악화된 여건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세가지 경제 에너지가 세계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다. 가장 중요한 첫째는 미국의 오랜 경상수지 불균형 조정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약한 달러'의 영향이다. 이는 유로화와 엔화의 강세를 의미하는데, 분명히 대외 의존적인 이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다. '약한 달러'는 세계화에 대한 압력을 높일 수 있다.

둘째는 '중국 요인'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 저비용, 높은 품질로 생산하는 제조업 기반의 출현이다. 아웃소싱에 초점을 둔 중국경제의 성장이 연약한 세계 경제 여건에도 밀리지 않는 만큼 다른 국가들은 무역 감소 추세에 맞설 수 밖에 없다. 이는 중국과 나머지 국가간 심각한 마찰의 소지가 된다.

셋째는 비교역적인 서비스 부문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기술화 서비스(ITES) 수출이 급증하는 것으로 상징되는 '인도 요인'이다. 인도의 ITES 부문은 연간 50% 성장해 2008년 17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인도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업 협회가 예상했다.

ITES는 콜센터를 아웃소싱하는 전략이 아니다.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컨설팅, 물류 관리, 엔지니어링과 디자인, 녹취와 번역 서비스, 그리고 지식창출형 연구 센터까지 부가가치가 배가되는 것이다.

선진국들이 교역재는 물론 비교역재 부문에서 도전받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게 되면 세계화에 대한 관용은 한층 큰 시험을 받을 수 있다.

경제 분야의 세가지 긴장이 지정학적 균형을 둘러싼 지속적인 갈등으로 인해 증폭될 수 있다는 점이 위기다. 이라크 전쟁이 흔들리는 세계질서에 새로운 오류를 만들어 냈다는 점에서 '세계화의 경제'가 실현되기는 한층 어렵게 됐다. 새로운 갈등이 집단적인 정치 행동을 분열시키면 세계화는 더욱 타격을 받을 수 있다.

세계화의 성공은 궁극적으로 정치인들이 무역자유화, 자본자유화, 기술 이전 원칙을 공유하는데 달려 있다. 이미 몇몇 부문에서 반발의 조짐이 보인다. 세계는 자국의 문제들을 속속 중국의 책임으로 돌린다. 미국 IT 업계에서는 중국의 ITES 성장에 대응해 보호무역 요구가 나온다. 미국과 유럽의 무역 관계도 유전자변형농산물, 수출보조금, 철강, 항공 등 분야의 갈등이 지속되면서 원할치 못하다.

무역 갈등은 지구촌에서 새로운 게 아니다. 그러나 실업 상승과 국제 재편 요구로 경제여건이 취약해진 상태에서 가볍게 다뤄지지 않을 것이다. 나는 이라크전쟁 이후 세계가 가장 큰 위험을 무시할 여유가 없을 것으로 본다. 분쟁적인 분위기에서 무역 갈등은 증폭돼 세계가 보호무역주의로 치닫을 수 있다. 이는 세계화에 치명타가 된다.

세계화는 한때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였다. 냉전이후의 지배적인 경제 에너지로 간주됐었다. 공산주의 몰락은 세계 경제의 통합을 수반한 시장주도의 새로운 황금시대를 이끌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세계화는 이제 상당한 도전에 직면했다. 미국 중심의 세계 경제 재편이 곧 다가올 수 있다. 중국과 인도의 높아진 경쟁력은 선진국에 새 압력을 주고 있다. 지정학은 갈라지고 있다. 세계화의 이면은 무역갈등과 보호주의에 만연된 세상이다. 우리는 세계화의 후퇴가 비극적인 종말을 보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그러나 최소한 세계화는 당연한 것으로 여길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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