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용수철 감독은 NO
지난 주 미 푸르덴셜금융그룹은 한국 자산운용 시장진출을 위해 우리 정부와 현투증권 매각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공교롭게도 지금 우리의 자산운용시장은 카드채발 위기로 홍역을 앓고 있어 꼴이 말이 아니다.
환매대란을 보다 못한 금융감독당국은 환매창구를 틀어막고 전 금융권에 지원을 요청했다. '우선은 살고 봐야한다'는 감독당국자의 말처럼 원칙은 무시되고 변칙과 고통분담만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때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금융시장은 대우사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충격을 경험해 왔지만 위기극복과정은 별로 개선되지 않은 것 같다. 무리한 영업으로 화를 자초한 금융기관들이 뻔뻔하게 당국에 손을 내미는 행태도 여전하다. 이들에게 시장자율의 자유롭고 공정한 시장질서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
카드사들이 내수정책에 기대어 길거리에 마구 카드를 뿌려댔고 증권사들은 무리하게 머니마켓펀드(MMF) 자금을 유치했다. 투신사들은 1년 정기예금 금리와 맞먹는 수익을 내기 위해 앞다퉈 카드채를 사들였다. 또 환매가 몰리면 유동성 위기에 빠질 수 있는 MMF를 수탁액의 30% 이상 채워놓은 투신사들이 절반이 넘었다.
감독당국은 그러나 "MMF를 받지 말라고 해도 말을 듣지 않는다"며 자율에 맡겼다. 심지어 어떤 이는 "증시도 안좋은데 시장이 좋아질 때까지 MMF로 돈을 벌어야 하지 않겠냐"며 은근히 두둔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몇 년동안 시장사람들이 원하는 만큼 증시가 좋아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다만 이들을 철저히 감독했다면 상황은 지금보다 덜 위태로웠을 것이란 아쉬움만 남을 뿐이다.
크고 작은 충격이나 위기는 언제든 올 수 있고 시장은 좋을 때도, 나쁠 때도 있다. 때문에 시장상황이 매번 감독소홀의 이유가 될 수 없다. 오히려 너무 탄력적인 감독원칙이나 뒷북감독이 문제가 될 때가 더 많다. 우리 금융기관들이 자율적인 위기관리 능력을 가질 때까지라도 철저한 감독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