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이라크戰과 부동산 시장

[기고] 이라크戰과 부동산 시장

서후석 명지전문대학 부동산경영과 교수
2003.04.07 12:46

[기고] 이라크戰과 부동산 시장

대외적으로는 이라크 전쟁의 발발, 대내적으로는 SK글로벌 분식회계 사건, 카드사 및 투신사의 부실 등으로 국내 금융시장에는 여러 가지 좋지 못한 징조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비해 부동산 시장은 현재로서는 별다른 영향이 없어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의 시세조사에 따르면 서울 및 수도권 지역 아파트 및 분양권 값은 지난 1, 2월에 비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그렇지만 이라크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는 애초의 낙관적인 예상과는 달리 상황은 점차 예측을 불허하고 있다. 오히려 여름까지 장기화될 것이라는 의견까지 등장하면서 경기에 대한 장기 침체의 우려가 날로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다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소비 수출 투자가 모두 위축되고 있다. 북한 핵문제 등과 같은 미래의 불확실성도 커지면서 저소득층은 물론 고소득층조차도 소비를 급격히 줄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부동산 시장은 안정세를 유지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경제가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이고, 이는 부동산 시장도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전쟁의 장기화가 현실이 될때 이로 인한 경기 침체가 부동산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먼저 경기 침체의 장기화는 부동산에 대한 실수요자의 구매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투자목적의 부동산 수요도 현재의 단기적인 투자 보류 수준에서 장기간 연기 또는 포기로 이어진다면 부동산에 대한 수요의 약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둘째, 정부는 경기가 불투명해지거나 경기 위축이 심해지면 저금리 체제를 더욱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전쟁 장기화로 인한 유가 불안 등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 금리 상승 압력이 발생하기 때문에 저금리 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른다면 부동산 시장에 머물러 있는 부동자금이 빠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식을 가능성이 높다.

셋째, 하반기부터 2004년까지 아파트는 물론 주거용 오피스텔이 대량 입주하기 때문에 수요보다 공급이 초과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시기에 전쟁과 같은 수요 위축 요인이 겹쳐지면 임대수익률이 크게 떨어지고 공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넷째, 부동산 시장은 수요자들의 가격에 대한 미래의 기대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전쟁의 장기화는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에 대한 미래의 기대가 낮아지게 된다. 그 결과 투기적 수요는 물론이고 실수요까지도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경기 침체가 어느 정도 장기화되어도 참여정부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기조가 바뀔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부동산 가격이 이미 많이 상승한 상태이므로 부동산과 건설부문을 통한 경기 부양책은 많은 후유증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부양으로 바뀌지는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설령 이라크 전쟁이 조기 종결되더라도 전 세계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고 있는 미국의 전후 수습은 당초의 계획보다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다소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더욱이 우리로서는 북한 핵문제라는 매우 힘겨운 변수까지 가지고 있다.

이 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되지 못한다면 국내 국가신용등급 하락, 외환 시세 급등, 금융 시장 교란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최악의 경우 외국 자본의 철수까지 불러온다면 부동산 시장의 침체의 골은 예상보다 더 깊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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