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마감]"전쟁보다 실적" 랠리 소진

[뉴욕마감]"전쟁보다 실적" 랠리 소진

정희경 특파원
2003.04.08 05:28

[뉴욕마감]"전쟁보다 실적" 랠리 소진

[상보] 연합군이 모래폭풍(sand storm)을 견디며 바그다드에 본격적으로 진격, 사담 후세인 대통령궁을 장악한 7일(현지시간) 뉴욕 등 동부지역에는 때 아닌 눈보라(snow storm)가 몰려 왔다. 신속한 승전 기대감에 들떴던 뉴욕 증시는 눈발이 강해지면서 소폭 오름세로 마감했다.

랠리의 급작스런 소진은 막상 전쟁이 끝나더라도 경제나 기업순익의 전망은 밝지 못하다는 우려가 부상한 때문으로 풀이됐다. 오후들어 차익실현 매물이 출회됐고, 오름폭은 마감 1시간을 남기고 급격히 줄어들었다. 연합군의 바그다드 진격에 고무돼 급등했던 아시아와 유럽 증시를 무색하게 만든 셈이다.

블루칩으로 구성된 다우 지수는 200일 이동평균선(8370)은 물론 저항선인 8500선을 개장 30분 만에 넘어섰다. 하지만 1시간을 남기고 8400선을 양보하더니 결국 23.26포인트(0.28%) 상승한 8300.41로 마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한때 1430까지 상승했으나 6.00포인트(0.43%) 오른 1389.51을 기록했다. 대형주 위주의 S&P 500 지수는 1.08포인트(0.12%) 상승한 879.93으로 장을 마쳤다. 거래량은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 모두 14억주 대였고, 두 시장의 오른 종목 비중은 62%였다.

채권은 하락하고 달러화는 상승했다. 유가가 금값은 하락했다. 서부텍사스산 중질유 5월 인도분은 뉴욕상품거래소에서 배럴당 66센트 떨어진 27.96 달러를 기록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유가 하락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긴급회의(24일)를 소집했다. 금 6월 인도분은 온스당 3.80달러 하락한 322.20달러에 거래됐다.

제프레이의 시장분석가인 아트 호간은 미국 증시가 앞으로 수 주일 내 전쟁 보다는 경제지표와 기업 순익에 주목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실적발표(어닝) 시즌이 시작됨에 따라 이들 뉴스를 무시하기 어렵다며, 기업 순익 전망은 하반기 회복 여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메릴린치의 한 주식거래인은 "전쟁이 승리 여부와 관련해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며 "전쟁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서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해 다소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메릴린치의 투자전략가인 리처드 번스타인도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포스트 사담' 랠리를 의식해 공격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으나 보다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는 자체 순익 지표 10개 가운데 단 3개만 의미있는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다며, 이는 지난 2000~2001 이후 최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경제지표의 긍정적인 징후도 퇴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순익 전망은 밝지 못했다. 퍼스트콜에 따르면 S&P 500 기업의 1분기 순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실적 전망을 제시한 1002개 기업 가운데 실적 부진을 경고한 곳은 58%, 목표 달성은 22%, 목표 상회는 20%로 집계됐다. 실적 경고 업체의 비중은 전년 동기의 49%보다 높아졌다.

경제지표 역시 지난해 급격히 악화됐었다. 이날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2월 소비자 신용이 1조7400억 달러로 15억 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발표했다. 1월 증가폭은 123억 달러였다. 소비자 신용은 연율 기준으로 2월 1.0% 증가, 1월의 8.6% 보다 크게 둔화한 것이다.

업종별로는 전쟁 승리 기대감으로 항공이 급등했다. 정유 생명공학 등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강세였다.

항공주들은 연합군의 후세인 궁 장악으로 여행이 오랜 동면에서 깰 것이라는 기대감에 힘을 얻었다. 아멕스 항공지수는 편입 전 종목이 오른 가운데 5.1% 급등했다. 최대 항공사인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6.3%, 델타와 콘티넨탈은 각각 4.4%, 4.0% 올랐다. 힐튼과 스타우드 등 호텔 업체들도 상승했다.

반도체주들도 강세였다.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1.26% 오른 315.35를 기록했다. 최대 업체인 인텔과 경쟁업체인 AMD는 1.7%, 0.3% 상승했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3.4% 상승했다.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 머티리얼과 노벨러스 시스템즈는 2.7%, 1.7% 올랐다.

델컴퓨터는 AG에드워드가 투자 의견을 '매수'에서 '보유'로 하향 조정했으나 0.03% 올랐다. AG에드워드의 셀비 세라피는 델의 성장전망이 탄탄하지만 주가가 적정 수준에 이르렀다고 설명했다. 반면 휴렛팩커드와 IBM은 각각 0.4%, 0.2% 떨어졌다.

AOL타임워너는 모간스탠리가 투자의겨늘 '시장수익률 상회'로 높이면서 5.3% 상승했다. 금주 실적을 공시하는 야후는 골드만삭스가 분기 매출과 순익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으나 막판 0.2% 하락했다.

최대 알루미늄 업체로 지난 주말 실적을 발표한 알코아는 7.8% 급등했다. 알코아는 순익이 비용절감 덕분에 예상치를 웃돌았으나 매출은 다소 부진했다.

한편 유럽 증시는 급등했다. 런던의 FTSE100지수는 121.40포인트(3.18%) 오른 3935.80으로 마감했다. 프랑크푸르트의 DAX30 지수는 154.87포인트(5.84%) 급등한 2808.94로 마감했다. 파리의 CAC40 지수도 97.72포인트(3.44%) 상승한 2935.68로 장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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