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증시의 최대 악재
한국 증시의 가장 큰 악재는 뭘까. 이라크전쟁? 북핵? 경기 위축? 그렇다면 이들 악재가 없어진다면 주가지수가 1000이상으로 오를까. 우리 주식시장의 내부를 들여다 보면 “그렇다”는 말이 나오지 않는다. 현재의 시장 구조로는 ‘500과 1000사이’란 한국증시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이후 우리 주식시장은 사실상 외국인에 ‘점령’당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사는 종목은 오르고 파는 종목은 떨어진다. 외국인들이 눈에 띄게 주식을 내다팔면 금세 패닉(공황)에 빠지기도 한다. 올 1~3월중 외국인의 거래량 비중은 1.75%에 불과한데도 주가지수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 외국인들은 이를 십분 활용해 땅짚고 헤엄치기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
거래량 비중 95%에 달하는 개인투자자들이 외국인에 대항해 분투했으나 역부족이다. 기관투자자의 거래량 비중은 2.59%이나 기계적인 프로그램매매가 대부분이다. 체계적인 투자시스템보다는 시황에 휩쓸리는 개인들이 외국인에 휘둘리다보니 시장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이라크전쟁이후 세계증시 가운데 한국 주가가 가장 많이 떨어졌고 이라크전쟁 조기종전 가능성이 제기되자 가장 큰폭으로 올랐다.
IMF와 대우사태를 거치면서 국내 기관투자 시스템이 망가졌으나 오랫동안 복구되지 못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관투자자인 대한.한국.현대투신이 ‘병상’에 누운 지 오래됐다. 지난해 종합주가지수가 하락하는 와중에서도 연30~40% 고수익률을 기록한 소형 투자자문사가 있지만 와병중인 3대투신의 그늘에 눌려 있다.
간접투자 시장이 망가지고 왜곡돼 있으니 시중자금이 은행으로 갈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IMF전인 1997년말 198조원이던 은행예금이 올해 1월말 504조원으로 늘어났다. 은행들은 넘쳐나는 자금을 주체하지 못해 전당포처럼 아파트 담보잡고 돈빌려주는 가계대출에 열중했다.
새 정부 들어서도 ‘주식시장 활성화대책’이 몇차례 발표됐으나 귀에 박힌 소리만 되풀이했다. “증시 부양책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오를 때 되면 오를 것이다. 연기금 투자유도하고 중장기투자자에게 세금혜택은 검토해보겠다..”
지나친 규제 족쇄가 기관투자 시스템이 정상화되지 못하는 요인이다. 국제 금융시장에선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금융상품이 개발돼 나오는데 우리는 상품 하나 개발하려면 일일이 당국에 찾아가 몇 달씩 걸려 설명하고 인가받아야 한다. 정부의 규제가 경쟁을 배제시키고 차별화를 막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오죽했으면 “이제 한국 사람들이 한국 주식을 사라”고 주문한다. 기업당 투자한도에 막혀 더이상 한국주식을 사기 힘들다는 얘기다.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는 삼성전자의 주가가 2~3배 오르기를 기대할 수 있을까. 노무현 대통령이 공약한 ‘주가지수 2000시대’를 열려면 근본적인 악재부터 없애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