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개혁은 공공부문부터

[광화문]개혁은 공공부문부터

이중수 온라인데스크,정보통신부장
2003.04.14 12:37

[광화문]개혁은 공공부문부터

사회주의 종주국인 구 소련이 무너지기 전인 1989년에 취재차 모스크바를 찾았었다. 이미 시내 곳곳에는 무너지는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실상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고 코카콜라와 맥도널드 등 대표적인 자본주의 상품가게들이 하나둘씩 모스크바 음식점가를 점령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하나 눈에 띄는 장면이 있었다. 아침에 초등생을 태운 학교버스가 지나가는 모습이었다. 갑자기 시내 사거리를 지나던 차들이 모두 정지한 채 경찰차가 호위하는 학교버스가 지나갈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같이 있던 소련 공무원에게 물었더니 모든 학교버스가 저렇게 등하교한다고 했다.

 

얼마전 (얼마전이 아니라 기자가 학교 다닐 때도 그랬으니까 40년 이상 된 일일 것이다) 초등학교 주변에서 쌩쌩 달리는 차들 때문에 어린이들이 등교하는 일이 전쟁터로 나가는 듯한 모습이 비춰졌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우리 공무원들은 이런 일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일들을 했을까. 이런 경우는 이것 뿐이 아니다.

 

지난 겨울에도 어김없이 서울 시내는 물론 전국 어느 지자체나 도로를 보수하고, 있던 길을 들어내 다시 포장하고, 하수도관을 정비하는 일들이 벌어졌다. 국민들도 그렇고 어느 공무원도 이 일에 익숙지 않은 이가 없다. 연말이 다가오면 당연히 이렇게 해서 남아있는 예산도 처리하고, 이를 이용해 일자리없는 노동자들에게 일당이라도 쥐어줘야 한다는 어찌보면 '고마운' 생각들이다.

 

수도권 택지지구의 난개발에 이르면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은 극에 달한다. 공무원들의 무사안일을 지적하기에는 이 지면이 너무 좁다.

미국에서는 지자체 시민들이 지역 경찰공무원과 행정공무원의 업무 수행도를 항상 감시하고 이 결과를 토대로 다음해 공무원 수를 줄이거나 늘린다. 국민 개개인이 내는 세금이니 만큼 이를 헛되이 쓰는 공무원이 발각되면 그만큼 공무원 수를 줄인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수는 국민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또는 행정부가 맘대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최근 참여정부는 "대선 공약으로 '작은 정부'를 얘기한 적 없다"며 청와대 식구들을 지난 정권 때보다 무려 100명 가까이 늘렸다. 국민들은 이를 어떻게 생각할까. 경제가 어렵다고 하고 모든 국민이 소비를 줄여나가고 있는데 정부는 이런 국민들의 생활고는 아랑곳하지 않는 모습을 과연 고운 시선으로 바라볼까.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 이들이 개혁의 대상인지를 다시 생각해봐야 할 대목이다.

 

지난 정권이 개혁을 외치다 실패한 이유가 바로 가장 먼저 했어야 할 공공 부문의 개혁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견해는 상당 부분 수긍이 가는 대목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개혁의 방향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한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이데올로기적 개혁론을 들고 나온다면 이는 '얼치기' 개혁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이데올로기로 무장했다고 자부하는 이들의 어디에서도 사회와 국민을 바라보는 전문성과 21세기의 비전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때문이다. 앞서도 얘기했듯이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 있는 부패와 구태의연, 탁상행정, 보신주의, 무사안일 등등.. 이런 것들이 바로 개혁의 대상이라는 진단이 나와야 한다.

개혁은 바로 국민을 힘빠지게 하고 기업인들의 일할 의욕을 꺾어놓는 공무원의 무사안일부터 혁파해야 한다. 말로만, 이데올로기가 어떻고 하는 식의 개혁외침은 공허하게 들릴 뿐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런 개혁을 끌고 나가는 주체가 없어보인다. 기업은 정부가 압박을 가해서 개혁하도록 하지만 정부나 공무원은 도대체 어디서 그런 압박을 받을까. 요즘에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정부의 잘잘못을 압박할 만한 주체가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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