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희망의 위기, 위기의 경제
경기바닥 논쟁이 한창이다. 지난해 가을 이후 가라앉기 시작한 경제가 "지금 바닥을 통과중"이라는 시각과 "아니다, 멀었다. 연말이나 가야지 바닥을 찍을 것"이라는 관측이 팽팽하다. 경기 저점이 언제냐는 현실적인 문제다.
돈이 걸려있고 선거가 영향을 받는다. 바닥 여부에 따라 언제 어떤 정책을 쓸지가 결정된다. 바닥이 멀었다면 실탄을 아끼며 좀더 지켜봐야 하고 근접했다면 손을 써야 한다. 부양책은 경기를 자극하고 주가를 띄울 것이고 그러면 돈 버는 사람이 생기고 민심도 여론도 좋게 바뀔 것이다.
내년 4월이면 총선거. 윗목 아랫목 다 뜨듯해지려면 언제부터 군불을 때기 시작해야 할까. 경기바닥 논쟁은 식자층 소수의 논리 대결이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처지에 변화를 가져올 현실의 문제다.
바닥론은 경기의 어려움, 나아가 경제의 위기를 인정하는 것이다. 거시지표나 체감지수, 거리의 빈 택시, 백화점 등등. 주위를 돌아보면 불황은 이미 와 있었다. 새 정부가 출범과 함께 떠안은 위기의 경제. 그러나 위기의 경제보다 더 위태로운 것은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다. 경제위기가 문제가 아니라 이를 맞는 우리의 자세가 문제다.
위기를 희망을 안고 맞이하는 것과 아무런 대책없이 또는 절망 상태에서 받아들이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희망과 비전을 갖고 위기와 맞닥뜨려 정면돌파하느냐 방치하느냐. 아니면 다른 의도로 활용하느냐. 답은 나와 있지만 현실은 불행히도 좋지 않은 후자 쪽으로 흘러가는 듯한 감이 든다. 위기가 닥쳐도 비전이 있으면 기회가 생긴다. 아무리 어렵고 힘든 난관도 비전이 있으면 돌파할 수 있다. 그러나 비전이 뚜렷하지 않으면 약간의 시련에도 무너진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한달여. 검찰 언론 등 사회분야 개혁이 추진되고 있지만 경제는 어두운 상태다. 경제에 관한한 갈수록 일이 꼬이고 있으며 벌써 `피로감'이 거론된다. 개인도 새 집에 이사하면 더 큰집에 대한 기대와 미래에 대한 자신감으로 에너지가 충만하기 마련인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기대와 희망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한다. 청와대는 의욕에 차 있을지 모르지만 시중 민심은 그렇지 못하다. 왜일까.
위기가 닥쳤는데도 이를 헤쳐나갈 솔루션도, 이를 극복한 후 도래할 새로운 경제사회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것이 한 원인이 될 것이다. 비전있는 개인과 법인과 국가는 큰일을 해냈고 그렇지 못하면 사멸했다. 정치 경제 활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꿈과 희망이다. 처칠이 위대한 것은 런던 공습을 당하고도 국민이 희망을 잃지 않게 한 것이다. 박정희 대통령은 `하면 된다'는 슬로건과 수출입국의 내셔널 아젠다로 절망 속의 국민들에게 꿈과 미래를 제시했다.
개혁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를 부수고 뜯어고치는 개혁만으로는 부족하다. 파괴만으로는 안된다. 지금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은 창조고 미래며 이를 꿰뚫는 비전의 제시다. 월드컵의 열기와 대선 때의 에너지를 다시 꿈틀거리게 할 우리의 밝은 미래상이다. 5년 후 10년 후 국민소득 2만달러, 주가지수 2000, 3000의 마스터플랜과 구체적 실행방안을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