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SK vs크레스트' 감상법

[광화문] 'SK vs크레스트' 감상법

김남인 부장
2003.04.21 12:43

[광화문] 'SK vs크레스트' 감상법

 

 SK그룹의 지주사격인 SK㈜의 경영권 쟁탈여부로 관심을 모았던 크레스트 증권이 추가 지분매입을 하지 않고 경영권 보다 장기투자에 목적을 두고 있다고 공개선언, 한발 물러섰다. SK㈜는 물론 SK텔레콤의 경영권을 뺏길 위기까지 몰렸던 SK로서는 한숨 돌린 셈이다.

 불과 보름동안 벌어진 ‘SK vs 크레스트’의 경영권 공방전의 판세는 크레스트의 절대 우세국면이다. 사실 이 대국은 몇수를 접어주더라도 상대가 되지 않는 게임이었다. 크레스트는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 그 모기업인 소버린자산운용은 국제세금도피처인 모나코에 소재한 자본금 200억원 정도의 펀드에 불과하다. 이에비해 SK는 국내 4위의 재벌그룹이고 계열사 SK텔레콤의 자산규모만도 47조원에 달한다.그럼에도 크레스트는 정확히 맥점을 파고들어 SK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판세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SK글로벌의 분식회계로 시장이 기업투명성과 도덕성, 재무구조 신뢰성 마져 불신하면서 주가하락을 촉발한 SK의 자충수 때문이다. 좋은 상품을 시장에 싼 값에 내놓는 엄청난 패착을 한 꼴이다.

 크레스트는 이 헛점을 놓치지 않고 SK㈜ 주식 14.99%를 매집, 최대주주에 올랐고 0.01%(10억원선)만 추가확보하면 SK텔레콤을 먹을 수 있는 꽃놀이 패감까지 잡았다.

 크레스트의 빈틈없는 수읽기는 기업인수합병(M&A)에 관한 관련법규의 헛점을 이용, 계산된 결과다. 국내 M&A시장은 지난 98년 외국인의 주식투자한도를 폐지,전면 개방된 상태다. 그러나 국내기업은 출자총액제한제도(공정거래법 10조), 은행투자규제(은행법 16조), 통신사업자에 대한 투자제한(전기통신사업법 7조)등에 묶여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이런 규정에 SK그룹이 희생양으로 당했고 다른 대기업도 좌불안석이다. 다행히 각각의 법규가 정한 예외규정에 따라 SK가 경영권 위기를 벗어났지만 판세를 역전시킨건 아니다.

 지금부터 크레스트 수순이 진짜 관전포인트인 것이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크레스트가 SK(주)에 대해 주주권을 행사, 경영참여 요구는 쉽게 예상할 수 있다. 또 국제적 펀드의 속성으로 볼때 크레스트가 투자수익 회수를 서둘를 것이고 자사주 매입과 고배당등 의도적인 주가띄우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SK에 보유지분을 높은 프리미엄을 붙여 팔아 넘기는 강수를 들고 나올지도 모른다. 국내외경쟁관계에 있는 통신사업자에게 같은 거래를 제의하는 초강수도 마음먹기에 달려있다. 어느 수든지 만만치 않은 대가를 치뤄야 한다.

 골리앗 SK에 크레스트가 다윗의 기교를 발휘할 수 있었던 원천은 M&A 관련법규의 헛점 때문일 것이다. 관련법규에 의해 정형화 된 포석할 수 밖에 없다면 그 대국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기업이 경영권 방어에 한 푼의 비용이라도 들이고 경영력을 낭비할 여력이 없다. 게임규칙을 공정하게 정하고 경쟁을 시키는게 시장원리에 맞고 시장개혁의 긍극목표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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