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증시를 키우는 길
"투자는 없고 투기만 있다","기관투자자 비중이 너무 낮다", "실적이나 실력에 비해 너무 저평가돼 있다"....아직도 해결의 모멘텀을 못잡고 있는 한국증시의 우울한 현주소다.
증시가 클려면 주식이 저축의 의미가 있어야한다. 괜찮은 주식이나 간접투자상품을 사서 별로 신경쓰지않고도 몇년 묻어두면 가치가 증식돼야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처럼 종합주가지수가 500~1000을 박스권으로 해서 주기적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구조속에서는 주식이 가치투자의 수단으로서의 자리잡기 힘들다. 그저 증시가 반짝할 때 한몫잡는 수단밖에 안되니까 말이다. ETF(상장지수펀드) 같은 우아한 첨단상품 아무리 정성들여 도입해도 헛일이고, 증시상품을 팔거나 자금을 운용하는 금융기관도 지속적으로 이익을 내서 스스로를 살찌울 기회를 잡을 수 없다. 겸업과 대형화가 국제적 추세라고 열심히 따라가 본들 증시가 크지 않는데야 시너지가 제대로 나올리 없다.
이유를 찾자면 많다. 최근 북핵사태에서 나타나듯 분단국으로서의 설움이 있고,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대외환경에 너무 휘둘리며, 산업의 부침도 심하다. 기업차원에서도 불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고배당에 대한 무관심 등으로 투자자들이 가치투자에 관심을 갖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정보통신산업에서 잘 나타나듯 정부의 산업정책 변화에 따라 기업의 운명이 하루아침에 달라져 버리는 일도 많아 아무리 이익을 잘내는 기업이라도 해도 그것을 계속 들고 있으면서 해를 넘기기가 겁난다.
따라서 증시가 만족스럽게 크는 일은 어느한가지 해법만으로 해결될 일은 분명 아니다. 거시적인 차원, 지정학적 차원에서 주어지는 주가할인요인은 단기적으로 극복하기 힘든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손놓을 수는 없는 일. 이처럼 제한된 환경속에서 우리 증시를 투기장에서 투자의 명소로 격상시키기 위해 가장 의욕적으로 해야할 부분이 장기자금시장을 일구는 일이다.
어느 나라건 장기자금시장의 중추는 노후를 대비한 자금이다. 개인연금이든, 기업연금이든 노후를 대비한 자금이 모여서 만기10년이상 채권과 주식을 소화하는 원천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미국증시를 지탱하는 두개의 지주는 연금(20%)과 뮤추얼펀드(20%)다. 특히 90년대초 기업연금시장이 팽창하면서 주가상승이 가속되고 그것이 다시 베이비부머들의 노후자금을 뮤추얼펀드시장으로 끌여들여 증시기반을 탄탄하게 만든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나라처럼 역동적이고 예측하기 힘든 사회에서 그 누가 미래를 위한 자금을 꼬박꼬박 모으겠는가라는 비관론도 있다. 그러나 세제혜택을 듬뿍준다든지 해서 설계만 잘하면 노후대비 중심의 장기자금시장 형성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노후자금 마련에 필요한 세제혜택 때문에 세수가 문제가 된다면 차라리 주식거래에 자본이득세를 물리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이런차원에서 몇년전부터 검토를 해왔으나 이런저런 이해대립으로 답보상태에 머물고 있는 기업연금(pension)은 이번에는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 그것은 20~30년 장기주택담보대출인 모기지를 활용한 MBS가 소화될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