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의사 결정의 어려움
최고경영자가 기업을 운영하면서 겪는 어려움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창업 초기에는 기업설립에 관한 제반 절차를 진행하면서 대외적인 창구를 만들어나가는 일에서부터 난관을 겪는다. 세무신고에서부터 공장설립에 따른 대 정부 관계 등이 가장 큰 어려움들이다.
이제는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기업설립에 공무원들의 입김은 '결정적인' 비중을 지닌다는 것이다. 창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나면 핵심인력을 끌어들이고 자본을 모으는데 주력하게 된다.
그러면 기업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한 뒤에는 최고경영자의 역할과 임무는 무엇일까.
많은 경영자들이 인사관리나 재무관리에 비중을 둔다. '인사가 만사'라는 경영자들도 적지 않다. 그런 이들은 걸핏하면 요소요소에 자기 사람들을 심어놓는다. 또 재무관리가 중요하다는 이들은 항상 경리 또는 재무 간부 자리에 친인척이나 심복을 박아놓게 된다. 여기까지는 기업을 하겠다는 사람이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들이라 할 수 있다.
이같이 겉으로는 '단단해 보이는' 기업의 모양을 갖춘 뒤에는 마케팅에 거의 전력을 쏟아야 하는게 최고경영자의 임무이다. 그럼에도 일부 경영자들은 마케팅을 간부나 아랫사람들에게 지시하거나 전적으로 매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최고경영자의 지위와 역할을 잘못 알고 있는 경우라 할 수 있다. 마케팅이야말로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전체적인 틀을 잡아 주고 혼신의 힘을 쏟아야 하는 '기업성패가 걸린' 부문이다.
최고경영자에게 닥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이같은 기업운영에 필요한 제반 업무들에 따르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대목이다. 인사 재무 마케팅 연구개발 등 모든 운영영역에 걸친 의사결정(Decision Making)이 사실은 최고경영자의 존재이유를 말해주는 분야이다. 각 부문장들이 내놓은 여러 제안과 비교분석 결과 등을 놓고 최종 결정을 내리는 일이 최고경영자의 핵심 역할이라는 얘기다.
각 부문운영에 관한 업무들을 일일이 토론을 거쳐 결론을 내리는 것도 중요하다. 그러나 토론이나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결론을 내지 못하는 경우가 흔히 발생한다. 중요한 사안일수록 더욱 그렇다. 이 때 '이 안은 xx가 제안한 것이니 만일 잘못되면 xx가 책임져라'는 식의 경영자는 낙제감이다.
이렇게 말하는 최고경영자는 자기가 그만큼 결정할 능력이 없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또 최종 책임을 피하가려는 속셈을 담게 된다. 최고경영자가 최종 책임을 지지 않으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최고경영자가 책임을 피해가려는 의도를 보이면서부터 그 기업은 아첨이나 하는 간부들로 들끓고 참신한 아이디어는 나오지 않는다.
최근 일련의 재벌 관련 불법-비리 사실들이 잇달아 적발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당사자들중 책임지고 물러나는 경영자들은 별로 없어 보인다. 기업경영의 투명성은 이같은 일들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논란의 소지는 있겠지만 최종 의사결정을 잘못한 이가 바로 책임을 져야 하는데도 우리 기업들에는 그같은 풍토가 안보인다.
이같은 논리를 그대로 국가 운영에 적용해도 마찬가지이다. 공무원들이 책임져야 할 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그러나 어느 누구도 책임지는 이가 없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이럴 때는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