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부동산 불패,주식 필패"
부동산시장의 불길이 심상치 않은데 주식시장 얘기를 해야겠다. “세정을 총동원하겠다”는 국세청의 엄포로 불길이 잡힐 것 같지 않아서다. 380조원에 달하는 부동자금이 주식시장을 거들떠 보지 않고 부동산시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 투기꾼이 설치기도 하지만 중산층 서민들도 “역시 부동산이야”라고 입을 모은다. 반대로 “주식해서 결국 재미 본 사람이 없다”는 말도 최근 자주 들린다. ‘부동산 불패, 주식 필패’의 공식이 엄연하고 시중엔 자금이 넘치는데 무슨 대책이 통할까.

결국 주식시장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주식시장이 정상화되면 소비심리가 회복되고 기업도 투자를 늘려 자금이 선순환할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주식시장으로 부동자금이 흘러들도록 할 묘안이 없어 고민”이라 한다.
무엇이 문제인가.
정부가 그동안 증시활성화를 위해 단골로 제시하는 기업연금제도를 보자. 40조~8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연금이 주식시장의 만성적인 수급 기근을 해갈할 것이란 발표가 되풀이돼도 시장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한국노총 등 노조측이 퇴직금이상의 보장을 요구하는데 손실이 날 수도 있는 주식에 자금을 운용할 리 없다는 얘기다. 개인연금 24조원 가운데 15조원이 보험사에, 8조원이 은행에 가있고 투신권에 불과 1조원만이 머물러 있는게 현실이다.
미국의 경우 기업연금과 유사한 펜션펀드의 주식투자비중이 50~60%에 달한다. 20~30년 장기투자자인 그들이 ‘위험한’ 주식에 그처럼 투자하는 것은 주식을 사고파는데만 치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망한 기업을 골라 투자하고 혹 최고경영자가 허튼 짓을 하면 의결권을 행사해 갈아치우더라도 투자한 기업을 키워간다는 점이 다르다. 그것이 미국 주식시장의 꾸준한 성장을 뒷받침했다.
지난 주총시즌에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보여준 의결권 행사 행태를 보면 누가 노후자금을 그들에게 맡길 것인지 의심스럽다. 기관의 의결권 행사를 의무화한 증권투자신탁업법 시행령이 올초 주주총회에서 처음으로 시행됐지만 기관들이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당시 주총현안으로 떠올랐던 포스코 유상부회장의 연임여부, 한전의 차등배당 실시문제, 기아자동차 정의선씨의 이사선임건, 삼성전자 등 일부 기업의 특별보너스에서 비롯된 이익배분 방식, SK텔레콤등의 과도한 투자, 한국타이어 등 기업의 배당률 저하 등 어느 것 하나 이슈로 제기조차 못했다.
사실 국내 기관투자자들이 제 역할을 하기 기대하기 힘들다. 리차드 새뮤얼슨 UBS워버그 이사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무관심한 것은 기관투자가 자신이 재벌계열이 많고 대부분 주식보다는 채권위주로 자산을 운용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기관투자자의 문제가 ‘주식 필패’ 공식의 모든 것은 아니더라도 근본적인 것이다. 개인투자자 비중이 60%가 넘고 외국인이 마음대로 휘젓는 데이트레이딩 시장에 노후자금 투자를 권할 수 있을까. 시장원리로 부동산시장의 불길을 잡으려면 ‘주식 필패’의 공식을 깰 근본대책을 강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