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박승 총재의 소신
박승 한국은행 총재의 지금 솔직한 심정은 어떠할까. 박 총재는 지난 13일 금융통화위원회가 콜금리를 0.25% 포인트 내리기로 결정한 배경을 “경기 및 고용과 부동산 값 문제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한 끝에 경기 고용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말하자면 기업투자를 촉진하고 일자리 확충과 경기회복에 기여한다는 경제원론에 입각해 금리인하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300만명이 넘는 신용불량자와 중소기업 및 서민들의 이자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까지 감안했음은 물론이다. 문제의 부동산 값 상승은 일부 특정 지역-특정 계층에 한정한 부분적 현상이어서 금리인하로 인한 부작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주석으로 대신했다.
지금 시장은 박 총재의 예상대로 돌아가고 있는가. 정부가 세무조사와 자금출처를 캐고 투기지역을 확대 지정하는 등 부동산 값 잡기에 총체적으로 대응하고 나섰지만 효험에는 의문이다.
저금리 기조하에 이자부담을 가볍게 여기는 상황에서 추가적 금리인하는 수억원씩 은행돈을 빌려도 큰 부담을 느끼지 않는 ‘배짱’을 키운 꼴이다. 금리 결정권을 쥔 한은 총재가 경기진작을 우선한다는 인식은 오히려 상당기간 금리인상은 없을 것이란 심리적 안정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서울 강남지역 아파트값이 하루 밤새 수백만원씩 뛰고 투기꾼이 수도권과 충청 지역 등 `재료'가 있는 지역을 헤집고 다니는 현상은 금리부담을 우습게 보는 심리가 가세한 측면이 크다. 금리인하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해 대기중인 부동자금이 투기적 거래로 이동하는 단초를 제공했다는 분석에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 대한상의 조사결과 금리인하의 직접 수혜자인 기업들은 그 효과에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기업투자 부진이 자금부족 탓이 아닌 것이다. 무차입 기업이 허다하고 일부 대기업은 현금보유규모가 1조원에 달한다.이런 현실을 박 총재가 간과했을 리는 없다.
물론 금리인하 효과가 적어도 6개월쯤 뒤에 나타나는 점을 고려하면 정책결정의 공과를 판단하기는 이르다. 박 총재의 설명대로 경기회복과 고용확대가 우리경제의 발등의 불인 이상 금리인하의 당위성을 반박할 명분도 약하다.
사실 우리 경제의 잠재성장률이 5%대에 그치고 성장률은 4%이하로 떨어질 우려가 있어 경기진작은 시급하다.
성장률이 1%포인트 높아지면 고용효과가 대략 5만명에 달한다고 한다. 매년 대졸자가 25만명정도 배출되고 있는 만큼 성장률 4%는 마지노선으로 볼 수 있다. 경기진작을 통한 고성장을 정책선택의 우선 순위로 유혹받는 건 당연하다.
박 총재는 경제학자이자 청와대 경제수석과 건설부 장관을 역임해 부동산 속성을 누구보다 잘 읽고 있다고 믿는다. 그럼에도 금리인하를 단행한 것은 고용안정등을 고려해 성장률 4%를 마지노선으로 잡고 이를 지키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부동산 시장의 부작용은 너무 크다. 정부가 총력을 쏟는 부동산 안정책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기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이 무엇인지는 뻔하다. 부동산 값 안정의 단초는 박 총재의 소신에 달려 있다. 박총재는 시장에 보낼 적절한 시기와 신호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