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캐즘에 빠진 노정부
마케팅에 캐즘(Chasm) 트러블이란 게 있다. 신제품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시 직후 매니아 층의 구매에 이어 일반 대중 소비자들까지 구매층이 확산돼야 하는데 매니아층과 일반 대중 사이에 깊고 넓게 쫙 갈라진 틈 즉 캐즘이 입을 벌리고 있다는 것이다.
발매 초기 매니아 소비층 주도로 불티나게 팔리는 제품도 대중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시장에서 버림받는`캐즘 현상'을 우리는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캐즘이론은 얼마전 미국를 휘몰아친 인터넷 붐과 함께 혜성같이 나타났다 갑자기 사라진 제품이나기업을 분석하면서 얻어낸 결론이기도 하다. 캐즘 주창자 무어(Geoffery A Moore)교수는 "캐즘이란 초기시장의 흥분이 가라앉고 주류시장은 불완전한 솔루션으로 아직 일궈지지 않은 절망의 시기"로 정의했다.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라는 신제품은 지금 캐즘에 빠져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참여정부는 그래도 잘한 일도 많고 기대할 만한일도 많았다. 인맥과 개인보다는 시스템 위주 국정운영, 결과 못지 않는 과정의 중시의 운영, 즐겁게 일하기, 권력기관의 탈정치 선언, 언론개혁 등등의 국정방향은 국민소득 1만달러와 인터넷시대에 걸맞는 매력적인 신제품이라 할 수있다. 5년후 10년후 우리가 언제가는 가야할 길이기도 하다.
그래서 대선 기간부터 정부 출범초까지 지지층을 토대로 신제품 노대통령은 히트를 쳤다. 하지만 지금은 무어의 말대로 `초기의 흥분'이 식어가고 있다. 정책혼선 오락가락 아마추어리즘 등등의 불완전한 솔루션으로 반대자와 일반대중은 물론 지지자들조차 불안해하고 절망하고 마음을 접기 시작했다.
그럼 캐즘 탈출의 길은 없을까. 대선 때의 열기와 에너지를 다시 끌어내고 이를 기반으로 한 안정적인 국정운영으로 대통령이 자기철학과 패러다임을 이 사회에 실현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초기시장(Early Market:새로운 패러다임에 최초 승선자가 되려는 매니아들이 모여드는 흥분의 시기)과 캐즘을 넘어 폭풍(Tornado: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판매시장의 중심축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옮겨져서대중이 수용하기 시작하는 시기)을 일으킬 힘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까.
무어는 캐즘 탈출은 `인정과 수정'으로 가능하다고 말한다. 소비대중의 제품 취향을 다시 파악하고 이에 맞도록 제품 컨셉과 마케팅 전략을 다시 짜라는 것이다. 이른바 코드 맞추기요 주파수 조정이라 할 수 있다. 약자나 비주류나 지지층만이 아니라 다수 대중의 주파수에 코드를 맞추는 것이다.
지구 반대편 브라질 룰라 대통령의 궤도수정은 고무적이다. 반세계화 반신자유주의의 기치를 올리고 노동자 빈민의 표를 얻어 대통령에 당선됐지만 당선후 정책은 국민 전체를 겨냥했다. 금리인상 빈민연금확대보류 재정축소 등등.배신행위로 비춰질수도 있지만 정상화로도 해석된다. 그 결과 노조와 노동당의 지지는 약화됐지만 경제안정은 강화됐다.
유인태 정무수석등 참모진들이 그간의 미숙함을 인정하는 듯하다. 그들은 국민 전체를 위한 대통령이 되는 길이 무엇인지, 국가이익을 최우선하는 대통령은 어찌 해야되는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다. 대통령 취임 100일을 맞는 월요일 아침에 진득한 고해성사와 힘있고 희망찬 비전제시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