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눈물의 비디오'기억하십니까

[현장클릭]'눈물의 비디오'기억하십니까

김진형 기자
2003.06.11 12:57

[현장클릭]'눈물의 비디오'기억하십니까

'눈물의 비디오'를 혹시 기억하십니까.

98년 제일은행이 대규모 명예퇴직을 실시하던 당시 제일은행 홍보부가 직원 의식개혁용으로 자체 제작한 비디오 테이프입니다. 이 비디오는 98년 3월 무더기 폐쇄된 48개 점포중 하나였던 테헤란로지점의 고 이삼억 차장(이 차장은 2000년 7월 고인이 됐습니다)이 새벽기도를 올리는 장면으로 시작해 지점간판 불을 끌 때까지의 하루일과를 담고 있습니다. 또 명예퇴직한 직원들의 소감과 '다시는 구조조정이 없도록 잘 해 달라'는 당부도 들어 있습니다.

 

외환위기 당시 암울했던 우리 경제를 반영한 이 비디오가 언론에 소개되면서 전국민을 울렸고 이 때문에 원제인 '내일을 준비하며'라는 제목보다는 '눈물의 비디오'라는 이름으로 유명해졌죠. 당시 동병상련을 겪었던 다른 금융사들은 물론이고 대기업, 관공서, 청와대에서까지 교육용으로 쓰겠다며 제일은행에서 이 비디오를 받아 갔습니다.

 

그런데 최근들어 그 비디오를 찾는 사람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답니다. 기업들과 관공서 등이 이 비디오를 구할 수 있는지를 제일은행 홍보부에 문의해 오고 있습니다. 제일은행은 가슴 아픈 과거가 다시 세상에 드러나는 게 싫어 거절하고 있다고 합니다. 제일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피나는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지금은 국내 시중은행중 건실한 자본구조를 갖고 있는 은행으로 거듭난 상태인 만큼 그같은 입장을 보이는 게 충분히 이해됩니다.

 

문제는 이 비디오를 찾는 이들이 다시 생겨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 경제의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경기가 악화되면서 기업체 금융기관 그리고 개인들의 주머니 사정도 어려워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 말입니다.

 

경기가 3/4분기부터는 회복되기 시작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있지만 아직까지는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지금 인력감축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단적으로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무리하게 영업을 확장했던 신용카드사들은 지금 과거 은행들이 겪었던 구조조정에 직면해 있습니다. 당장 국민카드가 모회사인 국민은행에 흡수합병됐으며 외환카드는 남아있는 직원들이 급여의 20%를 삭감해 마련한 돈으로 회사를 떠나는 89명의 직원들에게 10개월치의 명퇴금을 주었습니다. 또 대규모 분식회계 사건으로 채권단 공동관리하에 있는 SK글로벌도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제2의 눈물의 비디오'인 셈이죠. `눈물의 비디오'를 잊고 살 날은 언제일까요. 제일은행만이`눈물의 비디오'를 잊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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