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클릭]'잊혀진 명함'은행장 홍석주
파업이 끝난 후 조흥은행의 몇몇 젊은 임원들은 사표를 썼습니다. 다만 파업후 은행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을 때까지의 경영공백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사퇴를 미루고 있을 뿐이지요. 무조건 물러나는 것은 무책임하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사표를 주머니에 넣어두고 있는 임원들에는 홍석주 행장도 포함돼 있습니다. 그는 신한지주로의 경영권 매각이 대세가 될 즈음부터 거듭 사퇴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누군가 은행 매각의 책임을 져야 한다면 당연히 행장이 져야 된다는 거죠.
현재까지는 내주 본계약이 체결되는 시점에서 홍행장이 사표를 내고 임시 주주총회에서 새 경영진이 꾸려질 때까지 행장 대행체제로 간다는 설이 유력합니다. 주총 이후에는 신한지주에서 조흥은행 출신 인사들로 새 경영진을 구성하게 됩니다.
신한지주가 홍행장에게 다시 행장을 맡길 수도 있다는 관측도 없진 않지만 홍행장은 무슨 낯으로 행장을 다시 할 수 있겠냐며 손사래를 치더군요. 그래서 ‘은행장 홍석주’는 이제 며칠 후면 잊혀진 명함이 될 것같습니다.
‘40대 토종은행장’이라는 수식어를 달며 그가 행장이 됐을 때 국내 금융계는 IMF 외환위기 이후 인력 구조조정과 외국계 은행 출신들의 득세로 기가 죽은 은행원들에게 하나의 모델이 되면서 롱런하기를 바랬습니다.
조흥은행 사내 MBA 유학 1호로 상무 시절 ‘조흥은행의 제갈공명’으로 불렸고, 이렇다 할 백그라운드도 없어 ‘평민출신 은행장’으로도 평가받던 그였습니다. 그래서 단지 한 사람의 은행장이 아니라 `은행원의 `미래상'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결과는 바램대로 되지 못했습니다. 취임한지 6개월도 안돼 은행의 경영권 매각이라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단 한번도 제 역량을 발휘할 기회가 주어지지도 않았고, 행내 안팎에서 온갖 견제를 받아야 했습니다. 그래서 그가 외쳤던 ‘젊은 조흥은행’은 물거품이 돼 버렸습니다.
신한지주의 조흥은행 인수로 106년된 은행이 사라지는 게 아쉽긴 하지만 한국 금융산업을 이끌 새로운 대형은행이 탄생한다는 것은 한편 환영할 일입니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어깨가 축 쳐져버린 토종 은행원들의 `꿈'이 사라진다는 것은 그져 안타까울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