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아쉬웠던 "네덜란드 논쟁"
“상철아!”
2002년 월드컵의 영웅 거스 히딩크 전 축구국가대표팀 감독. 그가 한국인들의 기억속에 남긴 것이 많지만 유상철 선수를 “상철아!”라고 부르는 장면은 퍽 인상적이었다. 그는 이름 부르는 것에 남다른 관심을 보였다. 한국 선수들의 볼 패스 경로를 화살표로 이어보니 후배가 선배에게만 패스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일화가 흥미롭다. 차마 후배들이 선배의 이름을 부르지 못해 선배만 볼을 받는다는 것을 포착했다는 얘기다.

우리 몸에 익어있는 것이 남들 눈엔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문제가 축구에만 있을까. 히딩크가 수직적 상하관계를 깨트려 만년 32강을 세계 4강으로 끌어올렸듯이 우리 경제도 만년 50강(1인당 국민소득 54위)에서 벗어날 방도는 없을까. 무명에 가려져 있던 송종국 박지성 이영표와 같은 잠재력을 세계무대로 끌어낼 리더십이 정 없다면 다른 나라에서 빌려오는 것은 어떨까.
얼마전 이정우 청와대 정책실장이 네덜란드식 노사관계를 인용했다가 곤욕을 치른 뒤 ‘네덜란드 논쟁’은 자취를 감췄다. 재계는 노조의 경영참여를 도입하려는 ‘저의’를 집중 공격, 사실상 항복을 받아냈다. 이 실장은 “본래 의도가 그게 아니었다”고 해명하고는 다시는 네덜란드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사실 네덜란드는 국민소득 2만달러 국가중 유독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인구 1600만명에 국토면적은 경상도만해 인구밀도(한국 479.3명/㎢, 네덜란드 471.4명/㎢)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자국어가 있고 강대국들이 인접해있다. 물론 우리와 다른 점도 많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라중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나라,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가 넘지만 녹슨 자전거를 즐겨타는 ’덧치 패이‘로 유명한 검소한 나라이다. 좁은 국토인데도 농업강국이고 유럽의 물류중심국이다. 암스테르담 스키폴공항은 ’유럽에서 가장 우수한 공항‘으로 꼽히고 로테르담항의 물동량은 다른 모든 유럽의 항구를 합한 것보다 그 규모가 크다. 상근직 근로자들의 주당 근로 시간이 36시간으로 파트타임 근로자가 42%를 차지하고 실업률이 2.5%로 유럽연합 15개국 가운데 룩셈부르크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다.
부자나라 부러워해봐야 뭣하랴. 하지만 네덜란드가 우리와 비슷한 여건에도 불구하고 부국이 된 데는 국민들을 능력있고 검소하게 이끈 리더십이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네덜란드의 노사관계, 국민소득, 영어실력 보다도 그것을 가능케한 리더십을 연구하지 않은 것이 아쉽다.
경제가 잘 풀리지 않는다. 다들 열심히 뛰는데도 말이다. 선수들이 열심히 뛰는데도 게임이 풀리지 않는다면 감독의 전략, 전술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우리의 비효율을 냉정하게 포착해낼 수 있는, 숨은 인재를 발굴해낼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을 모색해야한다. ‘모셔올 만한’ 인물이 있다면 외국인에게라도 경제팀장을 맡기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현행법상 외국인에게 장관을 맡길 수 없다면 법을 고쳐서라도. ‘상하이 쇼크’를 누를 ‘코리아 쇼크’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