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경쟁력 상실하는 휴대폰

[광화문] 경쟁력 상실하는 휴대폰

이중수 부장
2003.08.11 13:06

[광화문] 경쟁력 상실하는 휴대폰

휴대폰 산업에 암운이 깃들고 있다. 한때 세계 20대 휴대폰 제조업체에 국내 업체들이 대거 입성하고 해외 수출에서도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자랑했던 휴대폰 단말기 업체들의 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동전화 사업자가 5개로 늘어난 1997년, 이른바 신개념 이동전화로 등장한 개인휴대통신(PCS) 사업이 허가되면서 휴대폰 제조업체의 `대박'은 이미 예고돼 있었다. 미국 서부의 `골드 러시' 시절에도 황금을 캐던 업자들은 막대한 투자비로 대부분 망하고 말았지만 금광촌에서 청바지를 팔고 부품을 공급하던 중소업체들은 일약 신흥갑부로 떠올랐던 일이 그대로 우리 업계에 재현됐던 것이다.

결국 당시 사업자로 선정됐던 업체들은 과도한 경쟁에 밀려나 대형사업자에 흡수 통합되는 비운을 겪고 말았다. 물론 정부가 국내 시장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사업자를 선정한 탓이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실속을 챙긴 업체들이 바로 휴대폰 제조업체들이었다.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원천기술을 개발하지 않은 채 단순 부품 조립이나 디자인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정도면 족했다. 수요는 넘치고 공급은 모자라는 초기 시장이었기 때문이다. 원천기술을 개발해야 하는 시장이었다면 문제는 180도 달랐을 것이다.

여기에다 이미 5개의 사업자들이 가입자를 끌어모으느라 `박 터지게' 싸우는 통에 단말기를 공급-판매하는 일은 `누워 떡먹기' 시절이었다. 기업으로서 마케팅이 해결되고 나면, 즉 기본 성능 정도만 갖춘 상품을 만들고도 이를 내다 팔 판로가 다 이미 형성돼 있다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적게는 수백억, 많게는 수천억원이 들어가는 원천기술을 개발할 필요가 없으니 중소기업이 해도 될 일이었다. 여기에 국내 최고의 대기업들까지 달라붙어 `파이를 키우는' 한편으로 `키운 파이를 나눠먹는' 호시절이 지난 5~6년간 계속돼왔던 것이다.

그러던 휴대폰 업체들이 요즘 시름시름 앓고 있다. 가입자가 꽉차 더 이상 크게 늘어나지 않는 국내 시장에서는 수익을 낼 수 없게 됐다. 손쉽게 앉아서 벌 수 있었던 시장이 사라지자 해외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세계 시장이라는게 어디 그리 만만한가. 처음에는 국내 시장의 경험을 살려 깔끔한 디자인과 슬림한 제품으로 단기간 해외 고객의 눈을 끄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는 이들도 곧 따라올 수 있는 `평범한' 기술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무엇보다 고부가가치의 핵심 부품은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데다 원천기술도 없이 제품을 만들어 팔아온 점이 문제였다. 어떤 제품이든 이런 식으로 성공한 예는 없었다.

여기에다 `땅짚고 헤엄치기식' 마케팅을 해도 가능할 정도로 국내 소비기반이 탄탄한 경우도 아주 드문 예에 속한다. 대량으로 팔아 큰 이익을 낸 것이 특출한 경영수완의 덕택이라고 내세우기에는 쑥스러울 정도라는 얘기다.

이제 `반도체 신화'에 버금가는 원천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 노키아와 모토롤러가 왜 세계 시장의 1, 2위를 차지하는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 그들은 당초부터 기술자립할 수 있는 업체들이었다.

단순히 남의 고급기술을 가져다가 디자인을 바꾸고 `반짝 마케팅' 정도로 세계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아마추어'적 상혼으로는 `반도체 신화'를 만들어낸 한국인의 자존심만 추락시킬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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