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맹모삼천지교의 끝?
수도권 위성도시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던 시절. 집안 형편이 괜찮다 싶은 친구들이 하나둘씩 전학을 가는 것을 보면서 의아해하던 때가 있었다.
이사를 가는 것도 아닌데, 집은 그대로인데, 학교만 서울로 옮기는 것이었다. 소위 위장전입. 30여년전인 그때도 우리의 어머니들은 맹모삼천지교를 가슴에 아로새기면서 자녀들을 좀 더 좋은 학교에 보내기 위해 앞장섰다.
얼마전 사적인 모임에서 만난 한 여자후배. 외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고액의 연봉을 주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
그런 그녀의 한마디가 지금도 씁쓰름한 기억으로 떠오른다. "애가 더 커지기 전에 하루빨리 강남으로 이사를 가야겠어요. 애들 제대로 교육시키려면 강남으로 가는게 당연하지 않겠어요." 일산신도시에 사는 그녀. 분당 일산 등 신도시 지역의 고교입시가 평준화로 전환되면서 서둘러 강남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어나자 점점 초조해진다는 것이다.
하긴 새삼스러울 것도, 놀랄 일도 전혀 아니다. 대한민국 교육특구, 강남특구. 그게 어디 어제 오늘의 일인가.
더구나 지난해부터 재차 가속화된 강남 집값 랠리의 시발점이 신도시 고교입시 평준화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지 않은가.
서울 강남 아파트값 상승의 진원지로 군림하고 있는 대치동. 온갖 정부 대책에도 불구하고 수요자들이 몰려드는게 어디 그 일대 주거요인이 좋아서인가. 재건축 기대심리와 초저금리 등이 맞물려 있지만 기본적으로 대치동 일대 아파트 수요의 상당수가 교육문제 때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자식의 교육 문제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한국 어머니들의 교육열. 땡빚을 내서라도, 파출부를 하는 한이 있더라도, 강남으로 가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좋은 교육환경만 마련해줄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해."
물론 강남 집값 폭등의 요인이 이같은 교육문제 하나 때문인 것은 아닐게다. 정부도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재산세 시가반영 등의 보유세 강화와 재건축 조합원 분양권 전매제한 등의 다각적인 대책을 검토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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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교신도시 개발도 그중의 하나다. 그러나 선진국형 전원도시를 내세운 판교신도시의 경우 주택건설 물량이 당초보다 1만가구 늘어나면서 정부 의도대로 강남대체 기능을 제대로 할지 의문이라는 목소리가 벌써부터 높다.
특히 교육문제로 밀려오는 수요자들이 꾸준히 이어지는 한 강남 집값의 상승세가 멈추기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근본적인 교육대책을 내놓지 않는한 강남 집값을 잡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다.
대한민국 교육특구, 강남특구. 돈푼이나 있고 힘 꽤나 쓰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곳.
주변을 보자. 그곳에 입성(?)하려고 발버둥치는 이들이 부지기수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닐게다. 그런 모습들을 바라보면서 가슴속에 분노를 담아두고 있는 이들이 더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