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IT 아키텍트를 키우자
반도체설계나 소프트웨어공학에서 최고 단계 설계자를 아키텍트(Architect)라고 부른다. 아키텍트의 사전적 의미는 건축가, 건축 기사 또는 설계자, 기획자, 창조자라는 뜻이다.
'The Great Architect'를 조물주라고 하는 점을 감안하면 아키텍트라는 말은 대단한 존경 내지 인정의 뜻을 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이 정도 수준에 도달한 아키텍트는 도대체 어떤 이를 가리키는 것일까. 단순히 엔지니어링 분야에서 몇년 정도 일하면 된다거나 어떤 특정 시험을 거쳐 단계적으로 밟아올라가거나 하는 자리는 분명 아니다. 도제를 거쳐 마스터로 올라가는 전문적 기능 분야와도 다르다.
아키텍트는 주문형 반도체나 소프트웨어로 만들 수 있는 상품을 설계-제작하는 과정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총괄 지휘할 수 있는 역량을 지녀야 한다. 여기에다 창의적으로 제품의 컨셉을 잡아내는 창조적 사고력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같은 기능과 기술, 전문적 식견, 창조적 아이디어 등을 상용제품으로 구워낼 수 있는 시장 마인드와 추진력이 필수조건이다.
정보기술(IT)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지니려면 이같은 역량을 지닌 고급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같은 고급인력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가에 따라 IT 선진국과 후진국으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에는 이같은 고급인력이 손가락꼽을 정도라고 한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 등 선진국이 IT 원천기술과 고부가가치 상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것은 이같은 인력들이 각 분야에 고루 포진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최근 1만달러를 극복하고 2만달러 시대로 나아가기 위해 신성장엔진을 찾기 시작했다. 앞으로 10~20년간 국민들을 먹여살릴 수 있는 차세대 산업의 발굴과 상품개발에 우리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위기의식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9개 신성장엔진이니 10대 차세대 성장동력 등으로 불리는 산업들은 하나같이 아키텍트 급 고급인력의 공급이 이뤄지지 않으면 단지 '희망사항'에 불과할 세계적 경쟁분야 들이다. 새마을운동 시대처럼 정부가 끌어가고 국민들이 뜻을 모으고 하면 달성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적 구호'가 아니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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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부 진대제 장관이 최근 인텔의 연구개발(R&D) 센터를 국내에 설립하도록 노무현 대통령과 인텔 최고경영자의 중간다리 역할을 한 것도 이 때문이다.
진 장관은 얼마전 본지와 인터뷰에서도 이같은 지적을 인정했다. 신성장엔진을 달성하는데 필요한 국내 고급인력이 거의 없다는 본지의 지적에 대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 공감을 표했었다. 그래서 그는 미국과 일본 유럽 등의 유수 기업 및 연구집단의 R&D 센터를 국내에 유치해 고급인력을 양성하는데 온힘을 쏟겠다고 했다.
인텔이 설립하겠다고 밝힌 국내 R&D 센터는 초기엔 20명 정도의 소규모이고 구체적인 일정이나 합의 등이 맺어지지 않은 점을 보면 아직은 설익은 단계인 것같다. 구체적인 틀이 나오더라도 대규모 투자유치나 공장설립 등과는 외형상 작아보일 것이다. 그러나 이곳에서 배출된, 또는 공동연구자로 참여한 인력들이 바로 신성장엔진에 불을 댕길 수 있는 아키텍트로 커갈거라는 점에서 '작지만 큰' 기대를 갖게 한다.
고급인력을 양성하는 일은 일반적인 투자와 달리 긴 시간을 필요로 하고 가시적인 결과를 내는데도 인내가 필요하다. 이같은 점을 감안하면 세계적 R&D센터를 기반으로 이제 우리가 고급인력을 키워갈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조급증을 버리고 긴 안목을 지닐 필요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