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강남에 몰려드는 이유

[광화문]강남에 몰려드는 이유

박성태 총괄부국장
2003.09.04 12:48

[광화문]강남에 몰려드는 이유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000-00.

 결혼 후 19년동안 11번의 이사끝에 지난해 7월 정착한 우리 네식구의 안식처가 있는 곳이다. 대지 68평에 건평 40평. 조그마한 정원도 있고 전망좋은 커피숍을 연상케 하는 테라스도 있는 단독주택이다. 100여가구 남짓의 이 주택 단지는 새벽에는 산새, 늦은밤에는 개구리 울음소리로 전형적인 전원생활을 만끽할 수 있다. 더욱이 서울도심에서 출퇴근에 채 한시간이 안걸리는데다 고교 평준화 전에는 서너집 건너 한집에서 소위 말하는 SKY대학 입학생을 배출해낸, 환상적인(?) 동네다.

 그럼에도 불구 이 동네 집값은 강남의 13평형 재건축 아파트 반채 값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 동네주민들은 "강남 집값은 천정부지로 뛰고 고교 평준화 이후 보낼 학교도 없는데 무리를 해서라도 강남으로 가야 되지 않느냐"며 볼멘 소리다. 의왕시에서는 비교적 일정 수준이 되는 사람들이 모여산다는 곳인데 모두들 상대적 박탈감에 허탈해 하고 있다.

 도대체 왜 강남에 꾸역꾸역 사람들이 모여들까.

 정부는 부정하지만 이른바 `8학군`이라고 불리는 교육환경때문이다. 명문학교와 학원이 몰려있는 강남지역의 수요는 항상 공급을 초과하기 마련이다. 이사가려는 사람은 많은데 이사갈 집이 모자란다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하다. 수험생 자녀를 두고있는 사람들은 강남에서 학교를 보내야 최소한 서울의 4년제 대학이라도 보낼 수 있다고 믿고 있다. 또 강남출신이 아니면 대학에 가서도 왕따를 당한다는 사실이 사람들을 강남에 모여들게 만든다. 대학생 자녀를 둔 어떤 분은 "강남파, 강북파로 나뉘어 하교하다 보면 자연히 끼리끼리 모이고 강남출신이 아닌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해 강남으로 집을 옮기려 하고 있다"고 하소연이다. 대학생활을 마치고 자녀의 결혼문제에 봉착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부모가 강남에 살아야 그런대로 괜찮은 혼처가 들어온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자신이 중산층이고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강남특별구민`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강남으로 모여들고 있다.

얼마전 주간한국의 `강남특구…돈과 향락이 흐르는 땅, 별천지`라는 기사에서 20대 초반아가씨가 396만원어치의 명품을 사고 90만원이나 더 많은 446만원을 카드로 계산하고도 아무일 아닌 것처럼 행동했다는 내용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러한 세태는 비난하거나 시샘할 일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시장경제를 표방하고 있으면서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발생하는 현상을 어떻게 `투기`라고 몰아붙이고 `잘사니까 규제를 받아야 된다`는 식으로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이러한 세태때문에 강남 집값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면 여기에 걸맞는 정부대책이 강구되어야 한다. 세제를 활용한 부동산대책은 백약이 무효라는 판정이 났다. 강남대체 신도시라며 기껏 구상한 것이 김포, 파주라면 정책당국의 상황인식은 밑바닥 수준이다. 지금의 강남집값 대책은 강남에 살지 않아도 목표하는 대학에 갈 수 있고 원하는 결혼도 할 수 있으며 성숙한 시민사회의 일원으로서 살아갈 수 있다는 신뢰감과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는 정책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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